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
이한 지음 / 미지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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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제목에서 쉽게 짐작할 수 있듯, 몇 해 전 하버드 대학교의 교수가 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이름의 책을 비판하는 데 그 목적을 둔 책이다. 저자는 샌델 교수가 정밀하지 못한 논리전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그냥 이런저런 의견들을 봉합할 뿐이라며), 그의 공리주의와 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은 그저 ‘허수아비 때리기’일 뿐, 제대로 된 비판이 아니라고 조롱한다. 한 발 더 나아가 저자는 센델이 주장하는 ‘공동체의 미덕을 증진시킬 수 있는 정의에 대한 감각’이란 사실상 개인의 자유를 말살시키는 전체주의적 괴물을 탄생시킬 뿐이라며 혹평을 하고, 자신의 자유주의적 이상을 강조하는 것으로 마친다.

 

 

2. 감상평 。。。。。。。   

 

     일단 저자가 센델에 대해 시종일관 보여주는 깐족거림이 불쾌했다. 과연 센델은 ‘꽉 막힌 사람, 말이 통하지 않고 토론해 봐야 아무 소득이 없는 사람, 무책임하게 판단하는 사람(24)’이고, ‘단선적 논리. 하나의 미덕만 뽑아 결론을 내리고(43)’, ‘오류로 점철된 수사(293)’만 남발하고, ‘국가의 공무 담당자들을 오지랖을 실행하는 자들로 변태시키려고(271)’하는 ‘오지랖의 정치’(276)를 주장하고 있을 뿐인가. 센델 교수의 책과 주장들을 싫어하는 건 알겠는데, 그걸 이런 식으로 배설한다고 해서 저자의 주장의 타당성이 높아지는 건 아닐 텐데 말이다.

 

 

     저자는 근본적으로 센델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저자가 가지고 있는 유물론적 세계 이해에 기인하는 것 같다. 센델이 좋아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적 목적론은 고대의 여느 철학자들처럼 옳고 그름과 같은 가치들을 ‘앞서 존재하는 것’으로 여긴다. 그리고 현대의 유물론자들은 바로 이 점을 부정하고 인간이 그렇듯 정의나 윤리 같은 가치들도 만들어진 것으로 여기려고 하고 있고. 근본적으로 전혀 다른 세계관 사이의 충돌을 같은 선상에서 놓고 평가하려니, 저자로서는 센델의 주장이 시종일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문제는 저자가 옹호하는 현대의 윤리관, 혹은 정의관이란 게 꽤나 정교하고 탄탄해 보여도, 그 밑둥은 정확히 어디에 정초하고 있는지가 불분명하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간단한 규범적 가치를 어떻게 정당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는가에 대한 저자의 설명(33)은, 저자 자신도 인정하고 있듯 넓게 보면 역시나 순환론적 논리를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그러면서 센델이 주장하는 목적론적, 혹은 미덕에 입각한 정의론을 향해 ‘탐욕’, ‘지나치면 안 된다’, ‘도를 넘었다’라는 표현은 처벌의 기준을 세우는 일에 아무런 도움을 보태주지 않는다(31)고 공격하는 건 공평하지 않다.

 

      센델의 목적론은 개인의 권리를 공동체의 탁월성을 성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의한다(67)는 저자의 주장은 사실일까? 저자가 비꼬는 것처럼, 센델 교수는 정말 국가가 개인이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 모든 영역에 걸쳐 통제하고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가? 센델은 오직 ‘발견’만 인정하고 ‘선택’을 부인(267)하는가? 이건 저자가 시종일관 센델을 비난하는 이유 중 하나인 ‘허수아비 때리기’를 저자 자신이 반복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이를테면 센델의 주장 중 마음에 들지 않는 몇 가지 예를 꺼네 놓고는 그의 주장은 이게 전부라는 식이거나, 그의 주장을 과장되게 확장시켜 놓고는 센델이 주장하는 건 사실 이런 것이라며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공격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센델 교수의 주장이 모든 면에서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공동체의 미덕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사회가 움직여가는 것이 좋은 것이라는 그의 주장 자체가 비난의 대상이 되는 건 이해할 수 없다. 그 실제적인 방법론에 있어서는 좀 더 보완이 필요하겠지만, 그리고 무엇이 미덕인지를 평가하는 기준 역시 좀 더 깊게 생각해 봐야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덕을 증진시켜야 한다는 주장 자체가 비난받아야 할 건 아니지 않은가.

 

      센델의 주장이 논리적으로 정밀하지 못하다는 지적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사실 이 책의 저자를 빼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정밀하지는 않지만 무엇이 좋은지, 그른지에 대한 어느 정도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것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삶을 살아내고 있다고 본다. 사실 소수의 천재적인 학자들 말고 세상 전체를 정밀하게 이해하며 살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어쩌면 저자도 실은 센델이 국가가 모든 걸 간섭하고 통제하는 국가주의적 사회를 꿈꾸고 있는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지는 않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책을 쓰려다 보니 논점을 선명하게 하기 위해 과장 같은 건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니까. 근데, 그런 수사적 과장이 오히려 이 책이 말하려는 개인의 자유와 선택이라는 소중한 권리에 대한 강조를 가려버리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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