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평생을 함께 살아온 노부부 민호와 희정. 어차피 시들어버릴 꽃 같은 걸 뭐 하러 사느냐고 타박을 하는 민호지만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여전하다. 어느 날 갑자기 심장에 문제가 생겨 병원에 입원하게 된 민호. 다행히 수술이 잘 끝나고 그런 민호에게 더욱 잘해야겠다고 다짐하는 희정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희정 자신이 췌장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 힘겨운 투병생활을 시작하는 희정. 남겨질 서로를 걱정하던 부부는 마침내 퇴원을 하기로 결정한다. 민호가 전 날 옆 병실에서 훔쳐 놓은 약과 함께.

 

 

2. 감상평 。。。。。。。             

 

     최근에 이런 늙음과 죽음 같은 주제의 영화를 자주 접하게 된다. 이경영, 윤석화 주연의 ‘봄, 눈’도 이 영화와 거의 비슷한 주제 - 먼저 떠나게 되는 아내와 엄마라는 -를 그려내고 있었고, ‘세상의 모든 계절’도 나이 들어감이라는 주제를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통하는 바가 있다. 아무리 좋은 약과 의학적 도구들로서도 어쩔 수 없는 늙음과 병듦이라는 소재는 결국 죽음이라는 인류 공통의 고민으로 이어지게 되고, 그 때문에 수없이 되풀이 되어 온 주제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에게 깊은 공감을 주는 영화 장르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 감독은 죽음이라는 주제를 헤어짐으로 상정한다.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노부부가 서로가 먼저 죽고 난 뒤의 예상되는 깊은 외로움과 절망감을 고민하던 끝에 결국 함께 생을 마감하기로 결심한다는, 어떻게 보면 조금은 충격적일수도 있는 소재를 헤어지지 않으려는 부부의 큰 사랑으로 꾸며낼 수 있는 것도 이런 전제 때문이다. 아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기 바로 전날 갑자기 심장에 통증을 느끼며 쓰러졌다가 가까스로 일어난 민호가 ‘감사하다’는 말을 하는 장면은 그래서 더 마음을 찡하게 만든다.

 

 

 

 

     영화 말미에 집으로 돌아온 두 부부가 대화를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어딜까 우리가 가는 곳은?", "글쎄?", "무섭지 않아?", "무섭지 않아.", "나도 그래." 그렇게 사랑은 죽음에 대한 공포까지도 물러서게 만드는 걸까. 젊은이들의 그것처럼 격정적이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함께 살아오며 다져진 부부간의 사랑은 그 못지않게 단단하다.

 

     두 중견 배우의 원숙한 연기는 전혀 과장 없이 인물들의 심리를 예술적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두 배우의 연기력만으로도 영화는 충분히 볼만한 수준으로 올라선다. 인물들의 선택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사랑한다면 덮어놓고 옷부터 벗기는 걸 그리기 바쁜 요즘 세태에, ‘끝까지 사랑하겠다’는 말이 어느 정도의 무게가 있는 것인지 한 번쯤 고민해보도록 만들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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