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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줄거리 。。。。。。。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하나 남은 여동생과 살아가다가 여동생마저 교통사고로 잃어버린 재현(류덕환). 알고 지내던 성우(김영재)가 운영하던 학원에서 일하면서 어느 정도 마음을 잡아가던 중 뭔가 신비한 분위기를 풍기는 미모의 여고생 수정(곽지민)을 만난다. 수정은 다른 사람의 의식과 자신의 의식을 연결시킬 수 있는 능력(링크)을 가지고 있었고, 이 능력은 의식을 공유한 사람에게 마약과 같은 쾌락을 주었기에 일종의 중독 증세를 일으켰다.

 

     도박에 빠져 학원운영이 어려워지자 재현의 아파트 매각 대금을 노린 영재는, 자신을 좋아하는 수정을 시켜 재현에게 접근하도록 했고, 수정과 링크를 경험한 재현은 점차 그녀에게 빠져든다. 여기에 수정을 또 다른 이유로 이용하려는 영만(정찬)까지 엮여 들어가면서 내용은 복잡해져간다. 

 

 


 

 

 

 

 

2. 감상평 。。。。。。。                  

 

     다른 사람의 의식 속으로 들어가 그와 의식을 공유할 수 있는 링크라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매력적인 소녀라는 소재가 흥미롭다. 단편영화를 주로 만들었다던 감독은 이 소재를 국가 기관이나 거대 기업의 음모와 같은 거대한 주제들 대신, 개개인의 욕망과 연결시킨다. 이야기의 스케일은 좀 작아진 대신, 좀 더 사건들을 오밀조밀하게 배치해서 심리적 변화를 강렬하게 그려내는 것으로 영화적 재미를 좀 살렸어야 했는데, 영화의 구성에 좀 아쉬운 점이 보인다.

 

     신의 퀴즈로 더 잘 알려진 류덕환의 중독된 연기는 맡은 캐릭터를 잘 살려냈고, 계산적이며 차가운 구성우 역의 김영재도, 그리고 주연을 맡은 곽지민도(A급 연기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발전가능성이 엿보인다) 맡은 역할은 충분히 해 냈다. 하지만 인물들이 너무 단순하게 관계를 맺고 있고, 메인 테마 이외의 주변이야기들을 통한 소소한 재미나 복선, 단서와 같은 게 없다. 열심히 달려가기만 할 뿐, 뭔가 다른 이야기를 해 내지 못한 아쉬운 영화.

 

 



     영화의 제목이자, 주인공인 수정이 가지고 있는 능력인 ‘링크’란 말 그대로 다른 사람과 연결될 수 있는 능력이다. 다른 말로 하면 ‘소통’이라고 할까. 어떻게 보면 영화는 끊임없이 외부와 소통하기를 갈구하는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에 관해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오늘날 없어서는 안 될 것 같은 인터넷이라는 도구도, 사실 단순하게 말하면 바로 이 ‘연결’과 ‘소통’을 위한 장치다. 가면 갈수록 과연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신없이 발전되는 정보 전달기술과, 통신회사들이 벌어들이는 막대한 이윤은 이 근원적인 욕구가 얼마나 강한가를 보여준다. 이건 정말 ‘근원적인’ 욕구다.

 

     문제는 기술이 발달하고, 그에 따라 인간들이 새로이 알게 된 정보가 엄청나게 늘어났지만, 그런 물질적인 발전이 사람들에게 진정한 만족을 줄 수는 없었다는 점이다. 관계에 관한 집착과 갈구, 그리고 종종 비정상적인 변형을 동반한 무절제한 충동의 분출들은 갈수록 늘어나고만 있다. 외로움을 호소하며 누구와도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살이라는 답을 찾아 달려가고 있고, 또 한편에는 오직 자기 자신을 위해 나머지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는 이들이 휘두르는 미친 칼날에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된다. 가면 갈수록 우리 사회가 정상적인 관계 맺음을 어려워하고 있다는 증거다.

 

     영화 속 인물들도 하나 같이 이 관계에 서툰 사람들이다. 동생의 죽음 후 수정에게 집착하는 재현도, 수강생의 새어머니와 혼외정사를 가지면서도 그 의붓딸인 수경과도 또 다른 관계를 맺으려는 성우는 한편으로는 도박중독에 빠져 있다.(도박이야 말로 상대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관계를 전제한 놀이다) 수정 역시 자신이 가진 능력에도 불구하고 누구와도 진정한 관계를 맺지 못하는 외로운 아이고, 성우에게 집착하는 관계 맺지 못한 인물이다. 더 우려스러운 건 이런 모습들이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도 충분히 찾아볼 수 있는 일들이라는 것.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게 뻔히 보이는데, 여전히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지한 노력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안타깝다. 영화 속 인물들의 엇갈리는 관계들도, 감독의 연출력도, 그리고 그보다 더한 현실 속의 단절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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