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 팻, 비만과 집착의 문화인류학
돈 쿨릭.앤 메넬리 엮음, 김명희 옮김 / 소동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1. 요약 。。。。。。。                   

 

     'Fat'이라는 단어와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들에 관한, 다양한 문화인류학적 연구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서구사회를 중심으로 한 세계에서 이상적으로 바라보는 - 실제로는 대부분의 사람보다 훨씬 마른 - 체형이 단지 문화적인 것일 뿐이라는 점을 아프리카의 니제르의 이상적인 여인상을 통해 주장하는 첫 번째 기고문이나 비만인권운동가가 쓴 비만인들에 대한 편견철폐에 관한 글은 ‘문화인류학’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떠올릴 만한 익히 알려진 결론이었지만, 책의 다른 부분은 ‘뚱뚱함’이라는 의미에 대한 좀 더 학술적인 고찰들을 담고 있다. 미국의 힙합계에서 ‘뚱뚱함’이 어떤 사회적 의미를 지니는지, 혹은 기름진 음식들에 담겨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가치들에 관한 논의들도 등장한다. 

 

 

 

2. 감상평 。。。。。。。                 

 

     책에서 말하고 있는 ‘Fat’이란 단순히 ‘비만’이나 ‘뚱뚱함’으로 번역할 수 없다. 사실 우리말의 ‘기름진’이라는 표현에도 긍정적인 의미와 그렇지 못한 의미가 함께 포함되어 있는 걸 보면, 이 단어들이 가리키는 ‘그것’은 대단히 복잡한 구조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때문에 이 책은 단순히 비만에 대한 옹호나 그에 대한 편견을 줄이기 위한 목적만을 담고 있다고 할 수도 없다. 요컨대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폈다면(딱 내가 그 경우) 십중팔구 실망을 하고 말 것이다.

 

     정기적으로 병원에 갈 때마다 자주 듣는 말이 운동 좀 하시고, 살을 좀 더 빼야 한다는 말인지라, 제목만 보고도 관심이 갔다. 커피는 원래부터 마지시도 않았고, 음료수도 가능하면 그냥 물을 마시려고 애를 쓰지만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은 생활 패턴은 쉽게 살을 뺄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과일 말고는 특별히 자주 간식을 챙겨먹지도 않지만, 그러면서도 뭔가를 먹는다는 것에 대해 자주 불편함이 느껴지곤 했다. 그러니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끌리지 않으랴. 하지만 기대를 가지고 읽은 이 책은 별로 위안이 되지는 못했다. 이런.

 

 

     대신 책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좀 더 학술적인 기사들을 쏟아낸다. Fat을 통해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작용하고 있는 여러 요인들을 끄집어내 드러낸다. 순수하게 학술적 호기심으로 책을 본다면 나름 재미있다. 물론 - 대부분의 사회학적 연구가 그러하듯이 - 그렇다고 해서 책이 알아들을 수 없는 내용들로 가득 차있다는 건 아니다. 문제는 알만한 이야기를 너무 어렵게 한다는 데 있는 거니까.

 

     여러 기고자들이 쓴 글을 모은 이 책의 전반을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는 아마도 지방, 혹은 비만, 과체중 등 그것을 뭐라고 부르던 간에 그 자체로 어떤 차별이나 경멸, 혹은 비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극히 인도주의적인 주장이다. 백번 맞는 말이다. 다만 이런 식의 ‘주의적(主意的)’ 주장이 자주 그러하듯, 이 책의 어떤 필자들 역시 형식적인 중립이라는 이상에 지나치게 천착하고 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현재 존재하는 것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진화심리학적 전제가 아무런 비판이나 논증 없이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그런 식이라면 Fat과 그 밖의 것들에 관한 비난이나 편견 또한 나름 진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기에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게 아닐까?)

 

     책은 ‘왜’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별로 해주지 못하고, 그저 지금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만을 주로 보여준다. 그것도 꽤나 거칠게. 도정되지 않은 벼로 지은 밥 같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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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msi 2011-07-13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화심리학적 전제라 하셨는데, 그보다는 인류학의 기본 전제인 문화상대론의 입장에서 쓴 책이라 똑부러진 답을 제시하지는 않는 것인 듯 합니다. 문화상대론은 비판적으로 보면 이것도 괜찮고 저것도 괜찮다고 하는 것 같지만, 타문화에 대한 존중이라는 나름의 가치가 있답니다.

노란가방 2011-07-13 23:10   좋아요 0 | URL
네, 타문화에 대한 존중과 관용이란 자세는 훌륭한 것이죠.
그런데 저는 말씀하신 그 문화상대론의 근원이 진화심리학에서 온 것이라는 느낌이네요.(적어도 이 책에서는 말이죠.) 위에도 썼듯이 책은 '지금 남아 있는 건 모두 다 가치가 있다'는 식이거든요. 너무 형식적인 중립, 혹은 가치판단의 유보에 모든 걸 걸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식으로라면 군대의 구타나 가혹행위도 '군대문화'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요?(요새 인터넷 댓글에 이런 식의 사고가 실려 있는 걸 보고 경악했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