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짱은 내친구 - School Days with a Pig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줄거리 。。。。。。。

 

     일본의 한 초등학교 6학년 교실. 학년 초 담임선생님이 작은 돼지 한 마리를 교탁 위에 올려놓고, 1년 간 잘 키워서 졸업할 때 함께 나누어 먹자고 제안을 한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집을 만들고 씻기고, 잔반을 얻어다 먹이고, 배설물을 치운다. 그리고 새끼 돼지에게 예쁜 이름도 붙여 준다. P짱.

 

     하지만 시간은 점점 지나고, 2학기가 되어 졸업이 다가오자 아이들은 이미 정이 들어버린 P짱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토론을 벌인다. 모두들 P짱을 좋아했지만, 결론은 좀처럼 일치되지 않았다. 애초에 계획한 대로 식육센터로 보내 먹을 것인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P짱을 좀 더 키울 것인가. 유치하게만 보이던 아이들이 자신들이 ‘생명’을 다루고 있음을 인식하게 되면서 진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러면서 아이들은 한 단계 더 성숙해가고 있었다.


 

2. 감상평 。。。。。。。

 

     소금과 같은 일부 광물질을 제외하고는, 사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모두 한 때는 살아 있는 것이었다. 영화는 자기들이 직접 애정을 담아 기른 돼지를 잡아먹을 수 있느냐고 항변하는 아이들의 말을 통해 이 잊기 쉬운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우리는 과연 다른 생명을 죽여 먹을 만큼 충분한 자격을 가지고 있는가. 우리는 우리를 위해 생명을 희생한 대상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가.(짐승만도 못한, 아니 짐승들도 절대 하지 않을 일을 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신문과 방송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걸 보면, 딱히 그런 것 같지만은 않지만.)

 

     개인적으로 동물을 좋아하긴 하지만 직접 키우지는 않는다. 초등학교 시절 며칠 키우던 병아리가 전부였으니까. 동물과 함께 살기 위해 소요되는 많은 것들은 둘째 문제이고, 무엇보다도 그 녀석이 죽는 모습을 볼 자신이 없어서다. 이별이 두려워서 사랑을 못하고 있는 꼴이다.

 

     영화는 사랑과 이별이 별개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사실 생각 해 보면, 이 세상에서 영원히 지속되는 관계란 없는 거니까. 얼마 전 읽었던 C. S. 루이스의 책에 나온 말처럼, 관계의 시작은 필연적으로 둘 중 하나의 죽음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고, 심지어 당연한 일이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보내줄 때도 처음 만날 때만큼 충분히 ‘잘’ 해 내는 것 또한 중요할 것이다. 영화는 잘 보내주는 것이라는 주제와 생명의 소중함을 잘 엮어 내고 있다.

 

 

     아이들과 돼지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영화는 결코 유치하지 않으며, 오히려 여느 가벼운 오락/연예 영화가 따라올 수 없는 심오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예컨대 ‘죽이는 건 생명을 빼앗는 것이지만, 먹는 건 생명을 이어받는 일’이라고 말하는 영화 속 한 아이의 말의 잔상이 오랫동안 남는다. 때로 어른들도 어린이들에게 배워야 할 점이 있는 법이다. 어른이 되면서 우리는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기도 하니까.

 

     영화를 보고 난 뒤, 이 이야기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을 알게 되니 감동이 더욱 짙어진다. 실제 이야기가 영화처럼 아름답고 깨끗하지만은 않았겠지만, 실제의 선생님도 참 대단한 교육을 시도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생명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드는 좋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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