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기억 : 문화대혁명 시기의 티베트
체링 외세 지음, 윤승희 옮김 / 마르코폴로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기억을 몇 개 떠올리라면 우선은 600만 명의 유대인을(그 외 민간인까지 포함하면 1,100만이라고) 정권 차원에서 학살한 나치의 홀로코스트가 있을 것이고, 스탈린이 저지른 대숙청(약 70만 명 살해)과 우크라이나 대기근(홀로도모르, 최소 400만 명 이상 희생)도 그 못지않은 사건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를 꼽자면 역시 마오쩌둥이 일으킨 문화대혁명이다. 10년간 이어진 이 광기의 운동으로 최소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희생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아예 당 차원에서 기록을 삭제해서 정확한 수를 알 수가 없다) 간접적인 희생자를 포함하면 그 몇 배가 넘는 피해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 세 가지 참사의 공통점은 한 명의 지도자가 내린 멍청한 명령을 제대로 된 검토와 비판 없이 너무 빨리, 그리고 너무 광범위하게 시행했다는 데 있다. 애초에 관련 분야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세 사람 은 각각 미술, 신학, 문학을 공부했다) 너무 나섰다.


그런데 차이점도 있다. 나치와 스탈린의 소련은 멸망하고 해체되었지만, 마오의 중국 공산당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 덕분에 그가 저지른 문화대혁명은 한 동안 비판의 대상이 되긴 했지만(노선을 바꾸려면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여전히 그것을 공식적으로 언급하거나 하는 건 금지되어 있다(자칫 당에 대한 불신을 조장할 수 있으니).





이 책은 문화대혁명 당시 티베트 지역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사진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저자의 아버지는 당시 인민해방군에서 선전 관련 일을 하는 장교로 복무 중이었고, 덕분에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곳곳에서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그 결과물들을 발견하고 이렇게 책으로 펴낸 것.(당연히 중국 공산당에서는 이 일을 좋게 보지 않았고, 덕분에 저자는 여권이 발급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문화대혁명은 티베트에서도 끔찍한 결과를 낳았다. 홍위병들은 티베트의 정신을 지워버리려 했다. 오래된 사원들은 파괴되거나 “인민을 위한” 공간으로 개조되었고, 그곳에서 생활하던 승려들은 강제로 끌려나와 조리돌림을 당하거나 환속해서 당의 지령을 따르는 꼭두각시 생활을 해야 했다.


비참한 모습으로 훼손되는 티베트의 문화유산들을 보고 있으면 안타까운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 그런데 저자는 단지 티베트인들을 피해자로만 묘사하지는 않는다. 본토에서 온 홍위병들뿐 아니라, 티베트에서 조직된 홍위병들, 그리고 혁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개인적 영달을 꾀했던 티베트인들, 그 가운데는 특히나 악질적인 행동대장들도 있었다.


일단 그렇게 처절한 파괴의 시기가 지난 후엔 이제 정복자들 사이에서의 권력다툼, 내분이 벌어진다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티베트어로 걘록과 냠델이라고 불렸던 두 개의 파벌은 각자 무장단체까지 거느리면서 이전투구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또 적지 않은 티베트인들이 말려 들어가 피해를 입는다.





사실 잘 알지 못하는 티베트의 역사를 다루는 책인지라 이름부터가 생소하고,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누가 무슨 일을 했고, 어떤 사람이 앞잡이였고... 하지만 이런 종류의 책을 읽는데 그건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소설처럼 인물들의 행동과 생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야기 전체의 분위기와 흐름이 핵심이니까.


문화대혁명의 상징은 역시나 홍위병이다. 티베트에서 홍위병은 본토에서 넘어온 사람들도 있었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티베트의 수많은 청소년들도 열성적인 홍위병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뭐든 때려 부수는 것이 미덕으로 칭송받던 광기의 시기, 그 되바라진 아이들은 자신들이 뭔가 대단한 일이나 하는 것처럼 흥분에 빠져 장차 자신들이 딛고 살아야 하는 땅을 파괴했다.


사실 가장 선동당하기 쉬우면서, 한 번 빠지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게 1, 20대이다. 이건 뭐 오늘날에도 매한가지. 퍽 우려스러운 부분인데,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들을 선동해서 불쏘시개로 쓰는 악질적인 인간은 어느 시대나 있기 마련이다. 쿠데타를 옹호하고, 법원까지 습격하게 만드는 이들이 또 무슨 짓을 못 할까. 어쩌면 우리는 새로운 홍위병들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카스피 2026-09-21 15: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혁당시 글쓰신 것처럼 중국인민들은 약100-200만명이 희생되었다고 하지요.하지만 모택동실각의 원인이 돤 대약진운동당시 공산당공식인정은 1650만명,학계추산은 약3500만명이 희생되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