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여러 저자가 쓴 글이니 만큼, 각 글마다의 수준이나 방향성이 제각각이다. 개인적으로는 귀여움에 관한 미학적 분석을 시도한 첫 번째 글과 역사적 맥락을 추적한 두 번째 글이 가장 인상적이다.
우리가 어떤 것을 귀엽다고 느끼는지에 관한 흥미로운 제안 중 하나가 ‘킨첸슈마’라는 개념이다. 이는 몸에 비해 큰 머리, 통통한 체형과 뺨, 큰 눈 같은 신체적 특징을 가리키는데, 마치 아기를 떠올리게 만드는 외형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보는 사람에게 아이를 보호하고 돌보고자 하는 행동양식을 유발하게 된다는 것.
정신영의 두 번째 글에서는 이 개념의 역사적 근원과 발전 과정을 추적해 간다. 귀여움 담론의 진원지는 일본인데, 70년대부터 대중문화 속 아이돌 가수나 만화 주인공들에게 특유의 귀엽고 순진하며 사랑스러움을 표방하는 존재들이 범람했다. “가와이이”라는 표현은 이들에 대한 찬사이자 감탄사일 뿐 아니라 서로에 대한 인사가 되었다.
그런데 저자는 여기서 또 다른 흥미로운 포인트를 읽어낸다. 가와이이라는 개념에는 상대가 명백한 약자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 1988년 중병을 앓던 일왕 히로히토에 관한 보도가 나오자 이부 10대 소녀들이 그를 ‘가와이이 할아버지’라고 부르기도 했다는 데서 이 점이 잘 드러난다. 타자를 귀여워할 수 있는 필수조건은 이쪽의 현저한 힘의 우위가 전제되었다는 것.
그러면서 일본 사회에서 이 개념이 유행하게 된 것은, 앞서 첫 번째 글의 내용과 연결된다. 생물학적 기준에서 귀여움은 더 힘 센 존재로부터 부호를 받기 위한 절심함의 표출인데, 패전 후 일본은 그런 미숙함의 표출을 통해 절대 강자인 승전국 미국 앞에서 자진해 약자로 포지셔닝을 했다는 것. 역사적 맥락의 해석으로는 흥미로운데, 과연 정말로 일본인 개개인들이 그런 이유로 귀여움에 빠져들었을까 하는 의심은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