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단일민족이라는 주장을 교과서로 배웠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라는 지형적 특성도 있고, 아무튼 생긴 것들이 다들 비슷해 보이는 사람들로 구성된 나라다 보니 그 설명이 그럼직해 보이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생각들이 지나치게 강해지면 자연히 ‘우리’와 다른 ‘외부인’에 대한 적대감과 경계심도 높아진다는 것. 물론 정치적 부추김의 영향이 다분하긴 하지만, 혐중, 혐일 정서도 이런 의식이 낳은 부작용이다.
우리는 과연 단일민족인가? 유라시아와 고조선 시대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온 고고학자인 저자는 이 질문에 단호하게 아니라고 대답한다. 한반도는 고립된 지역이 아니었다. 저자는 크게 세 갈래로 한반도로의 이주/전래가 있었다고 말한다. 하나는 고조선이 위치했던 요하 유역을 통한 통로고, 두 번째는 북방의 초원에서 들어오는 길이었다. 세 번째는 가장 잘 알려지지 않은 루트로, 러시아 연해주로부터 한반도 동부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환동해 루트다.
저자는 각각의 루트를 상징하는 유물들을 제시한다. 첫 번째 루트의 상징은 비파형 청동검이고, 두 번째 루트는 금관, 세 번째 루트를 보여주는 상징물은 암각화다. 하나같이 다 고고학적 증거들이다. 이른바 원사시대(Protohistory)를 다루다보니, 기록이 많이 남지 않았기에 유물과 유적을 통해 추정해 나갈 수밖에 없다. 확실하지 않다는 건 어쩔 수 없는 한계지만(그래서 같은 유물을 두고서도 꽤나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기도 한다), 그래도 최근에 발전한 다양한 과학적 도구들(예를 들면 DNA분석이라든가)을 이용하면 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하니 추후 연구를 기대해 볼 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