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확신 - 세속 세계관의 정체를 밝히는 성경적 원리와 방법
낸시 피어시 지음, 오현미 옮김 / 복있는사람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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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도 더 전에 봤던 책 중에 완전한 진리라는 책이 있었다. 2007년인가였는데, 그 해 봤던 수십 권의 책 중에 가장 훌륭한 책이라는 제목으로 리뷰를 썼던 기억이 있다. 당시 한창 기독교세계관에 관심이 있었던 터라, 마치 달리기를 마친 후에 마시는 시원한 물처럼 여겨졌었다.

     ​다만 그 때도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바로 번역된 제목이었다. Total Truth라는 원제를 완전한 진리로 번역하는 게 최선이었을까 하는 질문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보다는 총체적인 진리정도가 더 낫지 않았나 싶었다. 내용 역시 기독교 세계관이 갖는 총체성을 강조하는 것이었으니까.(완전하다는 말과 총체적이라는 말엔 분명 어감의 차이가 있는데다, 우리가 발견한 기독교세계관이 최종적이거나 완전한 건 아닐 수도 있다는 한계를 인정하는 게 낫다)

     그런데 이번 책도 한 눈에 봐도 그 책의 후속편임을 짐작할 수 있도록 제목을 뽑았다.(사실 표지 디자인도 비슷하다) “완전한 확신이라, 이건 어떤 내용일까. 개인적으로는 이번에도 전작과의 연계성을 드러내는 데는 성공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책의 내용을 잘 드러내는 데는 실패한 제목인 것 같다. 책의 원제는 내용을 잘 요약하는 Finding Truth이다. 책은 저자가 제시하는 세계관 분석 틀을 가지고 다양한 종류의 세속적 세계관들의 일관성을 검증하면서 기독교가 갖는 총체성을 드러내는 내용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검증의 틀은 다섯 가지 원리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그 세계관에서 의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드러내고(‘우상을 규명하라’), 그 세계관이 결국 세계를 무엇으로 설명하는지를 밝히고(‘우상의 환원주의를 규명하라’), 그 환원주의가(저자에 따르면 모든 우상은 환원주의에 이르게 된다) 낳는 모순을 지적하고(‘우상을 시험하라: 상충) 그 결과를 드러낸다,(‘우상을 시험하라: 모순’) 마지막은 세속적 세계관이 어쩔 수 없이 인정하게 되는 원리들(대표적으로 자유의지가 있다)을 강조함으로써, 그 원리들을 진짜 설명할 수 있는 세계관을 드러내라는 것(우상을 대체하라)이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역시 일관성이라는 부분이다. 저자는 기독교 이외의 세계관이 인간의 경험을 충분히, 그리고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그 이론이 가지고 있는 자체적인 모순 때문이라고 말한다. 물질세계, 감정적 경험, 자유의지와 선택, 책임 등이 실재한다는 것은 순수한 경험론이나 관념론, 포스트모더니즘과 그 가지 사상들으로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운 주제들이다.(심지어 그런 주장을 하는 이들도 실제 생활에서는 자신의 주장대로 행동하지 않는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은 저자가 이 모든 과정 자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단지 저 사상들은 틀렸으니 더 볼 것도 없다는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저 사상들을 좀 더 제대로 살펴보자, 그것들을 충분히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만한가?’라고 물으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끝까지생각을 해보도록 요구한다. 기독교의 오랜 지적 전통과는 달리, ‘무조건 아멘만을 요청하는 대중적 종교나, 감정적 만족만을 채워주는 감성적 종교가 되어버린 오늘날 교계에, 저자의 이런 태도는 반갑기 그지없다.

 

 

     ​오랜만에 돌아왔지만(물론 그 사이에 나온 세이빙 다빈치도 인상적이었다), 여전히 탄탄한 논리 전개가 인상적이다. 갈수록 복잡해져 가는 갈등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결국 철학과 세계관의 분석틀을 제대로 갖는 일이 필수적이다. 한동안 좀 등한시했던 관련 도서들을 다시 좀 찾아 읽어봐야겠다. 전작을 좋게 보았다면, 그리고 기독교세계관으로 어떻게 지적 영역을 구축해야 할지 궁금하다면 꼭 읽어볼 만한 책.

 

유물론이 인간을 복잡한 생화학적 장치로 환원시킬 때 그 상자에서 무엇이 삐져나오는가? 자유의지가 삐져나온다.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삐져나온다.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삐져나온다. 이런 것들은 환상으로 여겨져 기각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매일 아침 눈을 뜨는 순간부터 우리는 무언가를 선택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 자유의지는 인간이 부인할 수 없고 피할 수 없는 체험의 한 부분이며, 이는 곧 이것이 일반계시의 일부라는 의미다. 그러므로 인간에 대한 유물론의 입장은 우리가 체험하는 현실에 들어맞지 않는다. - P65

낭만주의자 가운데는 예술가가 많았는데, 이들이 관념론에 매력을 느낀 까닭은 관념론이 인간의 정신 혹은 창조적 상상력을 신격화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정신이 세상의 질서를 잡는, 곧 혼돈에서 질서를 창조하는 권력이라면 예술가는 이제 장인이 아니라 창조자다. - P114

철학의 목적은 무엇보다 경험에 속한 사실들을 설명하는 것이지 그 사실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모두 쟁점을 피하는 것이다. 환원주의의 문제점은, 현상을 설명하지 않고 둘러대려고 한다는 점이다. - P147

실제에서 해체주의자가 제구실을 할 수 있는 길은, 다른 모든 이들에게 적용하는 그 비평을 자기 자신은 은근슬쩍 피해 가는 것뿐이다. 해체주의자들은 자신만은 짐짓 모든 논쟁의 현장을 초월해 있는 양 행동한다. 다른 모든 이들의 진술은 숨어 있는 이해관계와 권력 다툼의 산물로 치부해 해체시키면서 자기의 글은 해체 과정을 면제받은 것으로 여긴다. 그들은 자기들만 인종·계급·성 같은 사회적 힘을 초월할 수 있고, 다른 모든 이들은 이 힘 때문에 허위의식의 피해자가 되는 것처럼 글을 쓴다. - P264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 세계관에 잠재된 제국주의의 정체를 벗긴다는 고상한 목표와 더불어 시작되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포스트모더니즘 자체도 제국주의가 되어, 포스트모더니스트들에게만 다른 모든 이들의 근원적 관심사와 감춰진 행동 동기를 폭로할 능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자신들에게만 그 관심사와 행동 동기를 해체하고 정체를 밝힐 능력이 있다고 말이다. 이렇게 해서 포스트모더니즘은 사실상 다른 모든 관점을 침묵시킨다.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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