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의 부름 - 십자군전쟁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피터 프랭코판 지음, 이종인 옮김 / 책과함께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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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최근 다양성을 중시하고, 문화적 상대성을 강조하는 진영에서 십자군은 그리 인기 있는 주제가 아니다. 강력한 힘으로 양민을 학살한 비난받을 만한 사건 정도로 치부하는 식. 하지만 당시 이슬람 세력이 분열되어 있었다고는 하나(시아파인 파티마 왕조와 수니파인 아바스 왕조. 그리고 아바스 왕조의 약화를 틈타 서아시아에 진출한 투르크족), 그들은 결코 약자가 아니었고 서양이 동원한 힘이라는 것도 그리 엄청난 물량도 아니었다. 그건 치고받는 일이 일상적이었던 중세에, 늘 어딘가에서 일어났던 전쟁이었다.

 

     그런데 (1) 십자군에 관한 또 한 가지 오해가 있다. 이 전쟁이 전적으로 교황인 우르바누스 2세의 선동과 신앙심과 영웅심이 섞인 복잡한 기사들이 벌인 모험적 사건이었다고만 보는 시선이다. 이 책의 저자는 사실 이 복잡한 사건을 배후에서 발생시킨 인물은 당시 동로마제국의 황제였던 알렉시오스였다고 말한다.

 

     쿠데타로 제위에 오른 알렉시오스는 투르크족 지도자들과의 협상으로 소아시아 지역에서의 제국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동맹을 맺었던 투르크족 지도자가 사망하면서 이 지역이 혼란스러워졌고, 제국은 급격히 위축된다. 이 때 서방의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교황 우르바누스와 접촉하는데, 이건 상당히 전략적인 판단이었다. 당시 서방에는 우르바누스 외에도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지지를 받는 대립교황이 있어 일종의 경쟁관계를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르바누스는 십자군을 자신의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겼고 적극적으로 이 운동을 성공시키기 위해 나선다.

 

     그렇게 모인 서방의 군대가 투르크족 지배 하에 있는 소아시아로 넘어가는 과정은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출신과 배경이 서로 다른 무력집단이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질서정연하게 나아간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니까. 게다가 이들을 위한 보급은 이만저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 모든 것을 조율해 결국 성공(소아시아의 탈환)시킨 것은 알렉시오스의 치밀함 때문이었다는 게 이 책의 주요 주장이다.

 

  

2. 감상평 。。。。。。。

     역사를 연구하면서 숨겨졌던 인물과 사건들을 발견해 내는 일은 가장 흥미로운 작업 중 하나일 것이다. 마치 고고학에서 새롭게 발견된 유물을 근거로 이제까지의 역사기록을 수정하도록 만드는 일처럼, 역사서에 실린 행간을 읽어내며 실제 있었던 일을 발견해냄으로써, 기존의 해석과 설명을 바꿔버리는 일은 꽤나 통쾌한 일일 것이다.

 

     이 책은 알렉시오스의 발견이라고 부를 만 한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기존에도 알렉시오스는 망해가는 동로마제국의 수명을 늘려놓은 인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책은 그가 1차 십자군을 기획하고, 조율하며, 나아가 일종의 조종까지 (제한적으로나마) 해 낸 인물이었음을 보여준다. 위에도 설명했지만, 그렇게 많은, 제각각의 무장세력들이 행로 주변에 큰 해를 주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해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어지간한 후방지원이 있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일. 그리고 서방세력에게 1차 십자군의 가장 큰 성과는 예루살렘 정복이었을지 모르나, 여튼 이 전쟁으로 가장 큰 이익을 얻은 건 소아시아를 다시 손에 넣은 동로마제국의 알렉시오스였다.

 

     하지만 당대는 물론 후대의 십자군에 관한 기록에서 알렉시오스는 비겁하고 음흉한 인물로 그려지곤 했다. 이는 실제 전투에 나선 서방의 군사지도자들과 후방에서 전체 판도를 살펴야 하는 알렉시오스 사이의 입장차에서 기인한 것이었는데, 동방에 관한 경쟁의식이 있었던 서방인들은 그 기록을 그대로 믿고 기정사실화해버렸던 것. 물론 이런 반대 기록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행간을 살피는 것 이외에 저자는 알렉시오스의 딸이 쓴 알렉시오스라는 작품을 제시한다.(이 책을 번역한 인물이 저자다) 물론 이 책의 내용을 100%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고 (저자는 아버지를 위한 윤색이 첨가되었다고 평가한다) 비판적인 수용을 통해 개연성 있는 역사를 재구성 해낸다.

 

     1차 십자군에 관한 상당히 자세한 설명과 치우치지 않은 평가를 담고 있는 좋은 책이다. 관련된 시대의 역사를 알고 싶다면 한 번 읽어봐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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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9-03-26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저는 십자군 전쟁이 예수님이 태어난 성지를 탈환하겠다는 순수한 신앙심의 발로인 1차 참전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당시 중세유럽의 경제적문제(인구증가,가난등)을 해결하기 위한것으로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당시 비잔티제국이 어려웠다고 알고 있었는데 의외로 동로마제국의 황제가 참전을 유도했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되었네요.

노란가방 2019-03-26 11:44   좋아요 0 | URL
네 이 책은 1차 십자군에 집중하고 있구요,
일반적으로 조연 정도로만 묘사되는 동로마제국이 사실은 치밀한 주도자였다는 걸 보여주는 데 집필 목적이 있습니다.
다만 말씀하신 대로 나머지 십자군들은 저마다의 사정이 또 있었겠죠. ^^
그 쪽에 관해 괜찮은 책들도 좀 나왔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