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영화가 시작되면 얼굴을 가린 죄수가 한 명 등장한다. 모두가 예상하는 그녀다. 형무소 입감을 위한 절차를 받기 위한 과정에서도 꿋꿋한 모습을 보이는 관순이었지만, 그 얼굴은 이미 여러 차례 맞은 듯 이곳저곳이 부어있다.

 

      마침내 절차가 끝나고 지정된 방의 문이 열리자 처음으로 관순의 표정에 놀라는 빛이 든다. 채 세 평도 되지 않을 듯한 좁은 방에 갇혀 있는 수십 명의 여인들. 모두가 앉아있을 수도 없어서 교대로 앉을 수밖에 없었고, 그나마 서 있는 이들은 다리가 붓는 걸 막기 위해 끊임없이 좁은 방 안을 돌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수감생활. 일제에 순응하기를 거부하는 관순은 당연히 형무소 관리당국자들에게 좋게 보일 리 없었고, 그렇게 수감된 후에도 쉴 새 없는 괴롭힘이 시작된다.

 

 

2. 감상평 。。。。 。。。

     예전에 일본군 성노예를 소재로 만든 영화도 그랬지만, 이런 종류의 영화를 보러 가는 데는 약간의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소재 자체가 너무 가슴 아프고, 그 결과 또한 그리 행복하지 않다는 걸 이미 알고 극장에 들어가는 거니까. 또 그 영상은 얼마나 끔찍할까 하는 걱정도 있고.

 

     유관순이라는 인물을 영화화하는 일은 더욱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상 전 국민이 다 아는 유관순 누나/언니이니까. 자칫 과하게 만들면 국뽕(과도한 애국주의)이니 뭐니 시비를 걸 테고, 실존인물이다 보니 역사적 고증 쪽도 가볍게 여길 수 없었을 것이다. 사실 문제는 오히려 실제로 있었던 일을 있는 그대로 그린다면 지독한 하드코어가 되어버릴 것이기에 각색이 필요하다는 점이고.

 

 

 

 

    감독은 영화 전체를 흑백으로 처리한다. 영화의 분위기를 차분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지만, 또 한 편으로는 관객과 영화 속 인물들 사이에 안전한 거리를 확보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덕분에 우리는 이 끔찍하고 비윤리적인 일련의 사건들을 끝까지 볼 수 있게 된다.

     주연을 맡은 고아성은 발성이 살짝 아쉽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극의 분위기를 나쁘지 않게 이끌어갔다.(캐릭터 자체가 아닌 배우의 힘까지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다) 영화 자체의 특성상 온전히 배우 한 사람의 힘으로 끌고 가야 하는 자리였는데 말이다. 소수의 주변 인물들(김향화나 이옥이 같은)을 통해 극의 분위기를 살짝살짝 바꿔주는 데도 성공했고.

 

 

 

 

     영화에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역시나 좁은 감옥 안에 눕거나 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을 때려 넣는 장면,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쉴 새 없이 무표정으로 빙글빙글 도는 모습이었다. 도저히 인간이 인간을 다루는 방식이라고 볼 수 없는 비인간성의 극치.

 

     ​동시에 작년 광주에 갔을 때 5.18 자유공원에서 봤던 장면이 떠올랐다. 탱크로 사람들을 위협해 정권을 잡은 불법적인 권력자가 수많은 사람들을 폭도로 몰아넣고는, 일제가 그랬듯 좁은 수용소에 수백 명을 몰아넣고 비인간적 처우를 해댔다. 악은 본질상 동일한 근원에서 나온다는 걸 보여주는 예라고나 할까.

     문득 유관순 열사가 그 때 옥사하지 않고 무사히 출소해, 해방된 조국을 맞이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봤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초대 국회의원도 되고, 내각에도 들어가고, 어쩌면 대통령이나 (의원내각제의) 총리에까지도 올랐다면...? 그랬다면 광복 후 혼란기 우리나라의 정세에도 뭔가 변화가 생겼을까. 물론 유관순은 아직 어렸고, 그녀가 어떤 정치적 식견을 보여주었을지는 미지수이긴 하지만, 적어도 일제에 빌붙어서 호의호식하다가 미군정으로 줄을 갈아 타 부와 권력을 계속 유지해 나갔던 이들보다는 낫지 않았을까.

     영화의 완성도 면은 최고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게 만드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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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9-03-05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유관순열사의 새로운 기록들이 나오는데 유관순 열사의 부모님돠 3.1운동당시 만세운동하다 사망하고 오빠마저도 역시 감옥에서 죽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납니다.그래서 더욱 감옥에서도 만세운동을 주도하다가 고문으로 돌아가신것이 아닌가 싶어요ㅜ.ㅜ
그리고 만약에 유관순열사님이 살아계셨다면 아마도 지금처럼 유명하지는 않으셨을것 같아요.우리가 유관순열사님을 기억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어린나이로 만세운동을 주도하다가 돌아가셨기 때문이죠.실제 더 오랬동안 살으면서 독립운동을 하셨던 영화 암살의 주인공인 안옥연의 실제 모델분과 김구나 안중근의사의 어머님등을 우린 전혀 기억하지 못하니까요ㅠ.ㅠ

노란가방 2019-03-05 14:15   좋아요 0 | URL
말씀하셨던 그런 분위기(독립운동가들이 사회적으로 묻혀버리게 만든)를 혹 깨주실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인거죠 뭐..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