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동네 부근의 작은 산을 매일 다녔다. 노년의 건강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운동이었다. 그러면서, ‘살아 있는 움직임이라고는 한 치도 없는 삭막한 겨울 산이라 여겼다. 풀벌레는 물론이고 갖가지 야생화, 산새, 하다못해 흉측한 뱀까지 그 모습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겨울이 끝나가는 요즈음 내 생각이 잘못이었음을 깨달았다. 사철 푸른 소나무들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생물들이 겨울 산에 분명히 살아 있었던 것이다.

뱀들은 분명히 어느 바위 밑 같은 데 모여 겨울잠을 자고 있을 것이며, 산새들은 잠시 다른 따듯한 데로 피신해 있을 것이며, 야생화들 특히 진달래나 철쭉은 꽃들을 피우진 않았지만 가지들마다 살아서 꽃망울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솔길 가의 하찮은 잡초들은 또 어떤가. 자신은 겨울 추위에 흔적도 없이 부스러져 버렸지만 겨울이 닥치기 전인 지난가을에 풀씨들을 사방으로 날려 몇 달 뒤의 새봄을 준비하지 않았나?

지난해 아들을 장가보내면서아비로서 할 일을 마쳤다는 감회가 밀려들던 나 자신이 떠오르는 광경이다.

별나게 추웠던 이번 겨울. 동네 부근의 자그마한 산일지언정 산의 생물들은 하나도 겨울 추위에 죽거나 사라진 게 아니었다. 갖가지 방법으로 겨울을 나고 있었다.

겨울에도 산은 살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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