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동네에‘iaan’아파트가 있다. 내 짧은 영어 수준으로는 iaan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분명 발음은 이안으로 하고들 있는데 말이다.

그러다 요즈음 깨달았다. 우리 동네에 있는 백화점 이름이‘e mart'고 친구가 사는 아파트 이름은 ’e 편한 아파트라는 사실을 봤을 때 ’iaan 아파트’i'란 우리말 지시관형사 를 연상시키는 효과를 노린 게 아닌가!

지시관형사는 가까이 있는 대상을 수식한다. 예를 들어 이 집’ ‘이 물건’‘이 거리’‘ 이 사람등이 그것인데 저 집’ ‘저 물건’ ‘저 거리’‘저 사람이란 표현과 비교해 본다면 상대적으로 가깝고 나아가 친근감까지 준다는 걸 알 수 있다.

는 영어로‘this'에 해당될 텐데 너무 친근감을 주는 바람에 논란이 되기도 한다. 오래 전 일이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우리나라 김대중 대통령을 맞아 정상회담 중에‘this man’이라 지칭하여 논란이 된 적도 있다. 아무리 우방국 사이라 해도 격을 갖춰야 할 회담에서 사석에서나 쓸이 사람이라 부른 것은 실례가 아니냐는 비판이다. 대북 정책에 있어서 강경한 정책을 준비하던 부시에게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못마땅하게 여겨져 발생한 일화가 아니었을까.

저 마트가 아니라 ’e mart‘라 함으로써 손님이 들를 마트가 바로 여기 있다고 가리키는 친근감이 확연하다. ’저 편한 세상이라 하면 남의 세상 같지만 ’e 편한 세상이라니까 가까운 것은 물론 감탄하는 느낌마저 보탰다. 그런데 ’iaan'은 뭐라 풀이해야 할까?

 

지시관형사를 직감한 것은 무심의 자유이지만 정작 관계 회사들의 설명은 다를 것 같았다. 본격적으로 관련 회사들 사이트를 찾아 ‘e'’i'를 브랜드 앞에 붙인 취지를 살펴봤다. ’e mart'의 경우에는 찾기가 어려웠고 다행히‘e 편한 세상‘iaan 아파트는 찾을 수 있었다.

“e 편한 세상의 e는 고객님이 누리실 편한 세상의 경험(experience)을 의미합니다.”

“iaan은 모든 가치가 이 안(내부)에 있다는 주거 철학을 담은 브랜드입니다.”

나는 ‘iaan’아파트의 ‘iaan’에 대해 특별한 해석을 덧붙이고 싶다. ‘마음의 다른 표현이라고. 단종에게 사약을 전하고 한양으로 돌아가던 금부도사 왕방연이지어 부른 시조에도 이이 등장한다.

 

천만 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희옵고,

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아이다,

저 물도 내 같아야 울어 밤길 예놋다.‘

 

그렇다. ‘iaan 아파트내 마음의 아파트라 설명하는 건 어떨까? 더 멋지지 않나?

 

그런데 내가 국어선생을 오래한 때문인지 왜 한글를 쓰지 않고 굳이 ‘i'’e'를 써야 했는지, 그 점은 유감이다. 영어 알파벳을 써야 좀 더 있어 보일 것 같아서였을까?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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