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장면에, 관객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뜨겁게 박수 치는 영화가 어디 또 있을까.

126일 저녁, 춘천 시내의 CGV(강원영상위원회 개최한 감자시네마토크)에서였다. 다큐멘터리를 상영한다는데 객석이 꽉 차 있어서 입실 처음부터 나를 놀라게 하더니상영 내내 관객의 시선을 압도하는 바다 속 장면의 영상미그러다가 주인공이 어두운 심해에서 밝은 수면으로 부상하는 마지막 장면에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가 저절로 터져 나온 것이다. 간단하게 설명하기 힘든 감동의 박수들이었다. 그로부터 열흘 지난 이제야간단하게 설명하기 힘든 감동의 박수들을 찬찬히 분석해 봤다.



첫째는, ‘주인공 박명호씨가 지난한 삶의 역정 끝에 희망적인 삶에 도달했구나!’하는 찬사의 표현이다. 그가 목숨 걸고 탈북에 성공했으나, 막상 남에서 맞닥뜨린 것은 가족을 온전히 먹여 살려야 한다는 생업의 문제였다. 결국 저승에서 벌어서 이승에서 쓴다는 위험한 직업머구리일을 선택했고 그 선택은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안정적인 삶을 마련해 주기에 이르렀다. 어둡고 깊은 심해에서 햇살 환한 수면 위로 몸부림치듯 올라가는 영화 마지막 장면은 그의 지난한 삶이 마침내 희망을 찾은 모습으로 객석에 와 닿은 것이다. 찬사를 아낄 수가 없었다.


둘째는, ‘주인공 박명호씨가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보여주는 한 치 부끄럼 없는 삶의 자세에 대한 경탄의 표현이다. 북에서 그는 나름대로 대접받는 위치에 있었다. 자신의 안위만 행각한다면 힘들게 북을 떠나지 않아도 될 처지였다. 하지만 자식들의 창창한 미래를 위해서 목숨 건 탈북 길에 나서야 했다는 고백. 그 후 남에서 험한 머구리 일을 하며 아내에게는 횟집을, 막내에게는 외국 유학을, 장남에게는 아비를 도와 배를 모는 선장 직을 하나하나 마련하면서 온 가족이 함께 잘사는 길로 이끄는 그의 대단한 노력. 이런 성실한 가장 모습에 어찌 남에서 함께 사는 동포들(관객들)이 경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셋째는,‘주인공이 간직하고 있는 순수한 인간미에 대한 자성의 표현이다. 그는가족 장례를 살던 집에서 치르지 않고 장례식장에서 돈 들여 치르는 남쪽의 편의위주, 낭비 심한 생활을 비판하며 살기는 힘들었어도 가족의 경조사만은 살던 집에서 치렀던 북쪽의 생활을 그리워한다. 남쪽이 자본주의 사회가 되면서 경제발전이라는 성과를 얻은 반면에 순수한 인간성을 잃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자성을 그가 일깨워 준 것이다. 박명호 그는 비록 북에서 탈출했지만 그곳에 남은 소박한 인간미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인간미. 남의 우리들에게 얼마나 오랜만에 와 닿는 단어일는지!



관객들이 뜨겁게 쳐준 박수의 또 한 쪽은, 이처럼 멋진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진모영 감독에게 향한다. 탈북민 박명호씨가 연출이 아닌, 있는 그대로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면서 3년 가까이 카메라 앵글을 맞추는 일에 전력했고 그 결과물로 나온 500시간 분량 필름들을 85분 인간승리 드라마로 편집해 내는 데 그는 성공했다.

관객들에게 지금 우리가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게 맞나?’하는 의문이 들게 뛰어난 영상미까지 구현한 진영모 감독. 아직 올드마린보이를 못 보신 분들이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시간을 내어 한 번 감상하실 것을 당부 드리고 싶다.


 

사족:‘올드마린보이는 역대 다큐멘터리 흥행 1위를 기록 중인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진모영 감독의 신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