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비밀의 숲>

 

무심포토비밀의 숲을 블로그에 올린 뒤 뜻하지 않는 반응에 놀랐다. 짧은 글인데도 많은 분들이 찾아와 읽은 조회수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몇 달 전에 같은 제목의 TV드라마가 있었다고 한다. ‘무심이란 호가 말해주듯 나는 TV드라마에 관심이 없는 편이다.  

아내가 말했다.

이건, 사람들이 TV드라마비밀의 숲과 관련 있는 글인가 싶어 방문한 결과야.”

나는 별 대꾸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말을 길게 하고 싶었다.

여보.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아. 이제 내 얘기를 들어 봐. 비밀은 별난 데에만 있는 게 아니야. 극히 평범한 데에도 비밀은 있어. 당신도 살아오면서 이런 경우가 분명히 있었을 거야. ‘아니, 어떻게 점잖은 분이 그런 비리를?’ 혹은 아니, 동네 어른들께 인사 잘하는 그 착한 아이가 골목에 숨어서 담배 피는 게 눈에 뜨였다고?’어디 그뿐인가? 짐작이지만 우리 애들도 우리한테 말 않고 숨기는 비밀이 몇 가지 있을 거야. 하긴 우리 또한 애들한테 숨기는 비밀이 있을 거고. 부모 자식 간 비밀 따위는 없이 사는 게 좋을 듯싶지만 사람 사는 게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지. 어쩌면, 부모 자식 간에도 각자 간직해야 할 비밀이 있어야 삶이 더 풍성해지는 게 아닐까? 내가 우리 동네 가까운 숲에서 산토끼, 두더지, 까투리를 보았다는 비밀 얘기를 썼는데 사실 비밀이 더 있어. 뱀도 봤어. 아주머니들이 숲속 공터에 모여서 간단한 체조를 하는 뒤편으로 뱀 하나가 조용히 기어가더라고. 내가 아주머니들이 놀랄까 봐 그 사실을 일러주지 않고 숲을 지나갔지. 이제 알겠지? 그 숲에 비밀이 있다는 블로그 얘기를. 사실 그 숲에 비밀이 그 외도 더 있지만 말하지 않을 거야. 왜냐면 의미 없는 일이니까. 가만 있자. 딱 한 가지만 더 말해줄게. 매년 11일 아침에 사람들이 새해 첫 일출을 본다고 머나먼 동해안의 정동진이나 높은 태백산 정상을 찾는데우리 동네 그 숲이 있는 작은 산 위에서도 새해 첫 일출을 볼 수 있어. 물론 동해안이나 태백산 꼭대기보다야 그 시간이 늦지만 고작 몇 십 초의 차이라고! 그 숲 만만치 않아. 평범해 보이지만 갖가지 비밀이 있어. 내가 그 중 극히 일부를 블로그에 올려 소개했던 거라고. 평범한 그 숲에 비밀이 있다는 지난번 블로그 내용, 이제 이해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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