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농사를 지어본 사람들은 다 아는 장면일 게다.

아름답게 핀 노란 꽃이 그대로 땅 위에 있다가 지는 게 아니라, 서서히 땅을 향하는 그 기괴한 모습을. 그 기괴한 장면에 놀랐을 때 아내가 농업센터에서 배운 지식을 말했다.

그 아래 비닐을 찢어줘야 된대요.”

파종하기 전에, 잡초 방지를 위해 비닐부터 씌워놓았기 때문이다. 만일 그대로 두었다가는 땅을 향하던 게 비닐에 막혀 결실을 맺는 데 지장이 생겼을 것이다. 꽃 바로 아래의 비닐을, 이랑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부지런히 찢어주자 과연 그 노란 꽃들이 떨어지며 뾰족한 줄기처럼 되더니 땅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뿌리도 아닌 줄기가 땅속으로 파고들던 광경 또한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하필 우리가 농사짓는 데가 인적 없는 산속이라 한낮이라 해도 그 으스스함은 어쩔 수 없었다.

몇 달 후 그 줄기들은 뿌리처럼 땅 속에서 많은 땅콩들을 달아, 포기를 뽑으며 수확할 때 주렁주렁 나오던 것이다. 그 순간 깨달았다. ‘아하 이래서 한자로 땅콩을 낙화생(落花生)이라 하는구나!’

다시 생각해 보면 낙화생이란 한자어보다 더 멋진 표현이 우리 말 땅콩이었다. 대부분의 콩 류()가 지상에서 결실을 맺지만 이것만은 땅속에서 결실을 맺질 않던가? 그러니 땅콩이라 지칭한 우리말만큼 간단명료한 것도 없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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