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모든 만남이 소중하지만 바쁜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어쩌면 우리는 일정한 얼굴과 체구를 갖춘 외형적 존재들을 접촉하는 데 익숙해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사람마다 살아온 삶의 내력이 반드시 있는 존재라는 생각에 미쳤을 때 어찌 만남을 소홀히 할 수 있을까? 그 사람은 죽음의 고비를 수없이 이겨낸 대단한 이력의 소유자일 수 있고, 그 사람은 훗날 인류에 남길 귀중한 정신적 유산을 준비한 위인일 수 있고, 그 사람은 어쩌면 당신을 위기에서 구출해낸 의인일지도 모른다.

, 그 사람이 그냥 눈인사만 하고 스쳐지나갈 존재라 해도 만남의 소중함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지구상에 있는 수십억 인구 중 방금 나와 유일하게 만난인연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할 수 없기에.

 

과거뿐만이 아니다. 당신처럼 그에게도 앞으로 전개될 미래가 있다. 눈앞의 그가 혹시 실망스런 모습이라도 당신이 그를 무시하거나 외면해서는 안 되는 건 그 때문이다.

더구나 그는 다치기 쉬운 마음의 소유자라는 사실이다. 당신처럼 말이다. 당신은 그를살며시 부는 바람이 책갈피를 소리 없이 하나하나 넘기듯정성껏 맞이해야 한다. 그의 마음을 다치지 않는 환대는 그렇게 이뤄진다.

 

이 시의 내용은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뉠 수 있다. 전반부는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그의 일생이 온다는 뜻이다는 내용으로, 후반부는살며시 부는 바람이 책갈피를 소리 없이 하나하나 넘기듯 그를 정성껏 맞이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간추릴 수 있다. 전후반부 모두, 같은 내용이 반복되는 듯하면서 점층되는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같거나 비슷한 리듬의 반복이라는 내재율(內在律)과 연관된다.

이 시의 주제는만남을 소중히 하자이다. 정현종 시인은 철학적이고 교훈적일 수 있는 주제를 극히 평이한 언어들로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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