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풀이 자라나려면 ‘햇빛, 흙, 물’ 세 가지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 잡초는 지붕 추녀 밑에 놓은 에어컨 실외기 뒤에서 발견됐다. 바닥마저 시멘트라‘햇빛 흙 물’ 중 어느 한 가지도 도움을 받지 못한다.
결국 이 잡초는 파편 같은 햇빛, 파편 같은 흙, 파편 같은 물의 도움을 얻었을 게다. 직접 햇빛은 못 받지만 볕뉘를, 제대로 된 흙바닥은 못 되지만 시멘트 바닥에 쌓인 흙먼지 같은 한 줌 흙을, 빗물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하지만 비 내릴 때 날리는 물기를 근거로 살아나는 데 성공했다는 결론이다.
왜냐고?
살아야 하니까. 이 외에 무슨 말이 필요할까.
* 볕뉘: 햇볕의 그림자란 뜻의 단어다. 남명 조식( 曹植)이 지은 시조에 등장한다. “삼동에 베옷 입고 岩穴에 눈비 마자/ 구름 낀 볕뉘도 쬔 적이 없건마난/ 서산에 해 지다하니 눈물겨워 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