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꽃모임 카페에서 수련을 분양받았다. 집 마당에 큰 대야를 놓고 물을 가득 채운 뒤 수련화분을 놓았다. 수련이 이름처럼 잎들을 수면에 띄운 채 잘 자라고 있다. 화초들이 사는 공간도 참 다양하다. 대부분 땅위에서 꽃과 잎들이 자라는데 수련은 별나게 물위라는 생각지도 못한 공간이다.

그 별난 모습을 지켜보다가 문득 물소가 떠올랐다. 물소는 무더운 동남아지역에서 사는 소과의 짐승이다. 우리나라의 소는 땅위에서 사는데 물소란 놈은 항상 하체를 물에 담근 채 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늘 축축한 물에 젖어 사는 물소가 딱해 보였다.

하지만 오늘 우리 집 수련을 보며 생각이 달라졌다. 수련이 얼마나 물이 좋으면 물에서 살겠는가. 동남아의 물소 또한 축축한 물이 좋아 그렇게 사는 것임을. 어쩌면 물소는 땅위의 소들을 볼 때마다 나는 시원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잘 사는데 너희는 왜 땅위에서 덥게 살지?’하는 생각을 할지도 몰랐다.

그렇다. 물소는 물소대로 땅위의 소는 소대로, 태어난 대로 사는 것이다. 물위에 아이 손바닥만 한 잎들을 띄운 채 편안해하는 수련을 보며, 서로가 인정해줘야 할 삶의 다양성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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