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 사물들에 관심도 많다. 잠시도 쉬지 않고 둘러보는 모습인 거다. 그러다가 문득 숨 가쁘게 내달린다. 엄청난 거리를 단숨에 직선으로 내달리는 모습은 고속열차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 놈을 나는 지켜보다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주위 사물들에 관심도 많고 몸동작도 민첩한 놈을 방치했다가는 얼마 안 가 우리 집안에 갖가지 문제가 생길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벌써 나의 심상치 않은 눈길을 눈치 챘는지 하던 동작도 멈추고 숨죽이며 있는 놈.

놈과 나와의 거리는 1미터쯤. 괜히, 놈을 처치할 무기를 다른 데에서 찾으려다가는 그 순간 놓칠지 모른다. 아니, 놓칠 게 확실하다. 나는 손길 닿는 데 있는 슬리퍼 한 짝을 조용히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죽은 듯 연기하며 욕조 바닥에 있는 놈을 냅다 갈겼다.

단번에 놈이 피 터져 죽어버렸다. 그냥 내버려둘 수도 있지만 워낙 생명력이 강한 데다가 간교하기까지 한 놈이기에 다시 한 번 더 슬리퍼로 냅다 갈겼다. 확인사살이다,

사람으로 치면 청소년에 해당되는 놈이었다. 주위 사물에 호기심이 많은 거며 쉬지 않고 돌아다니는 체력이며……. 그런 놈이 무사히 자라나 성체가 되면 엄청난 번식력으로 수많은 후손들을 사방에 퍼뜨리며 우리 집안을 쓰레기장처럼 만들 것이다.

 

오늘 나는 욕조 바닥에서 한창 청춘인작은 바퀴벌레 새끼 한 마리를 때려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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