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밭농사를 짓고 있다.

땡볕이라 그냥 있어도 비지땀에 젖을 텐데 밭일까지 하고 나니 온몸이 땀범벅이다. 그 때 지하수의 찬물에 샤워하는 맛이 기가 막히다.

그런 뒤 나무그늘에서 쉬면 낙원이 따로 없는데…… 그 순간 숲 모기들이 사정없이 달려들어 내 몸 곳곳을 물어뜯으니 참, 미칠 지경이다. 모기란 놈들이 내가 옷을 입었을 때는 어쩌지 못하다가, 샤워하느라 옷을 다 벗어 알몸이 된 순간 벼락같이 달려들어 미칠 지경으로 만들어 놓는 것이다.

결국 샤워하면서 모기들의 습격도 신경 써야 하는 바쁜 처지가 되는데, 그러면서 발견한 사실이 하나 있다. 그 놈의 모기들이 아주 당연하단 듯이 내 몸에 빨판 주둥이를 꽂는다는 사실이다.

되는 말인지는 모르나모기들이 사람을 물을 때에는 단 1초라도 망설이거나 머뭇대는 동작을 보인 뒤 빨판 주둥이를 꽂아야 되는 게 아닌가싶었다. 모기들이 너무나 당연한 듯 거리낌 없이 내 몸에 달라붙는 데 만정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봤다. 만화영화 같지만 만일 모기들이 미안하다는 몸짓을 보인 뒤 내 몸에 빨판 주둥이를 꽂는다…… 그렇다고 달라질 게 뭐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기들에게 는 단지 먹이로 보였을 뿐이다. 애당초 예의란 인간들이 만든, 인간 세계의 몸짓이 아니던가.

그렇기도 하고, 우리 인간들이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먹을 때 돼지나 소에 대해 미안해한 뒤 먹느냐 하는 자성이다. 물론 어떤 종교에서는 음식을 먹기 전 고마움을 먼저 표한다지만 절대자나 그 음식의 주인이 고마움의 대상이지 음식이 돼버린 동물은 아니라고 나는 알고 있다.

 

모기가 내 몸에 빨판 주둥이를 꽂는 일은 극히 자연스런 현상이다. 내가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먹는 것 또한 자연스런 현상이다. 목숨을 유지하려면 늘 잊지 말고 무언가 먹어야 하니까, 음식의 대상에게 고마워할 게 전혀 없었다. 먹느냐 먹히느냐, 하는 자연계에서 나와 모기가 함께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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