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 등에 뭔가가 매달려 있다. 평생 당신 등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 온힘을 다하여 매달려 있는 것이다. 기겁한 당신은 죽어라고 몸을 흔들며 비틀며 난리친다. 운 좋게 그 뭔가가 당신 등에서 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그렇지 못하다. 결국 지치고 만 당신은 그 뭔가에 항복한다. 항복이라기보다는 체념이란 표현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그 순간부터 당신 등은 당신뿐만 아니라 지겨운 그 뭔가의 소유도 될 것이다.

 

말이 자기 등에 올라탄 카우보이를 어떻게든 떨어뜨리려고 난리치는 장면이 바로 로데오 경기의 장면이다. 관객들은 그런 말의 몸부림을 즐겨보지만 사실 말의 입장에서는 끔찍한 순간일 뿐이다. 애당초 말은 사람을 등에 태우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말은 단지 대지를 마음껏, 홀가분하게 내달리고 싶었다. 그런데 죽어라고 자기 등에 물귀신처럼 달라붙은 사람이란 이물(異物).

우리는 이빨 새에 오징어의 작은 찌기 하나가 끼어도 견디기 힘들다. 이쑤시개를 찾아 어떻게 해서든지 그 찌기를 빼내려 애쓰게 된다. 과장된 표현 같지만 그 순간 사력을 다한다. 이물감이란 정말 견딜 수 없는 그 무엇이다.

 

말이 숙명적인 이물감에 굴복하는 순간사람에게 등을 허락하는 순간은 사실 홀가분하게 대지의 자연을 누리고 싶은 천성을 포기하는 것이다. 물론 대신, 사람한테서 사료 공급 같은 보상이 뒤따른다. 사람을 자기 등에 태우고 하자는 대로 걷거나 달리거나, 멈추거나 하는 말의 숙명. 우리는 그것을 한자어로 순치(馴致)라 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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