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한테는 고명딸이 하나 있다.  

그 딸이 다섯 살 때 K는 하루 시간을 내 동물원에 데려갔다. 동화책의 동물들 중 곰을 제일 좋아하는 딸한테 실제로 보여주고 싶은 아비 마음에서다. 과연, 동물원에 입장하자마자 두리번거리며 곰부터 찾는 딸애. 마침내, 곰을 발견하더니 좋아라 소리치며 달려갔다.

곰은 관람객들의 안전을 위해 철장 안에 갇혀있었다. 철장 가까이 다가가 곰을 보던 딸애가 돌연 코를 두 손으로 틀어막으며 소리쳤다.

“아, 똥냄새!

철장 안의 곰은 자기가 싸 놓은 배설물에 방치돼 있어서 온통 악취 덩어리 같았다. 게다가 똥파리들까지 성가시게 주위를 날아다녔다.

 

세월이 많이 흘러 고명딸은 어느덧 처녀로 자라났다.

세상은 만만치 않다. 수시로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괴로워하는 딸애를 보며, 아비는 이런 생각을 한다.

그런 괴리는 네가 다섯 살 때 곰을 직접 봤을 때부터 시작되었지,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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