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직생활이 막 십년을 넘었을 때다. 고 3 담임을 맡았는데 매달 모의고사를 치른 뒤 채점결과를 갖고 반 학생들을 일부, 격려도 하고 책망도 해 주었다. 웬만하면 ‘일부’가 아니라 ‘모든’ 학생들을 상대로 그랬어야 하는데 워낙 맡은 수업시수가 많아 여유시간이 없었던 탓이라고 나 자신을 변명해 본다.
‘일부’학생 중에 A군이 있었다. 당시 교직생활 십년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공부 잘하게 생긴 A군이 뜻밖에 하위권 성적이라 담임인 나는 안타까웠다. 그래서 모의고사가 다가올 때마다 A군을 별도로 불러 ‘이번에는 상위권에 들도록 더욱 열심히 공부하거라’고 독려했다. 그럴 때마다 A군은 영리해 보이는 눈빛으로 ‘네, 알겠습니다!’하며 남다른 각오를 보였다.
하지만 모의고사를 치르고 난 뒤 채점결과를 보면 A군은 변함없이 하위권 성적이었다. 몇 달 간을 그랬다.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A군은 외모만 공부 잘하는 학생 같았을 뿐, 원래 공부가 안 되는 잡념 많은 학생이었다는 사실을. 학생의 똑똑해 보이는 외모만 믿고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그러고 보면 외모는 꼭 장난꾸러기 같았지만 공부 잘하는 학생도 있었다. 나는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조심하며 교직생활을 했다.
교사는 절대 학생들을 외모 하나로 판단해서는 안 되었다.
청순한 얼굴 생김으로 시청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던 모 처녀 탤런트가 유부남과의 불륜에다가, 마약 복용 논란까지 일으키면서 순식간에 추락한 사건도 있었다. 그녀의 순진무구해 보이는 얼굴에 빠져있던 시청자들이 얼마나 실망이 컸고 환멸감 또한 대단했던지, 그녀가 몇 년 후 조심스레 TV 드라마의 한 역으로 재기하려 했을 때 철저히 외면함으로써 좌절시켰던 것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물론 사람의 외모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외모가 곧 그 사람이란 등식은 결코 성립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