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구애와 교접 행동을 보여주는 TV프로그램을 보았다. 처음에 발정기 암컷을 만난 수컷은 그 주위를 맴돌며 따른다. 암컷이 별 관심 없는 듯 행동하다가 웬 일로 호응하면서 둘은 함께 다니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둘은 짝짓기 한다,

그런 일련의 행동들이 우리 사람들의 결혼 과정과 하나도 다를 게 없었다. 처음에는 총각이 자기 마음에 드는 처녀 주위를 맴돌며 따르기 마련이다. 어줍게 말을 건네기도 하고 핑계를 만들어 커피 한 잔 함께 마실 계제를 마련하고자 한다. 처녀는 처음에는 사양도 하며 거리를 두듯 하다가 얼마 후 총각에게 마음을 열어 데이트를 한다. 그런 뒤 결혼식을 올리고서 부부가 되는 것이다.

내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동물의 짝짓기 장면과 우리 처녀 총각의 결혼식 장면과의 차이점이다. 동물은 짝짓기를 하는 순간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다. 다른 동물들은 개입할 수 없는 당사자들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개 짝짓기의 시간이 벼락같이 짧은데 그 순간 천적에게 기습받을지도 모른다는 본능적 대응인 듯싶다.

우리 처녀 총각의 결혼식은 동물과 경우와 너무 다르다. 친척들과 지인들이 모인 가운데 축복 속에 천천히 이뤄진다. 요즈음에는 30분 만에 끝나는 초고속 결혼식도 있어 빈축을 사기도 하지만 그래도 동물의 벼락같은 순간보다는 훨씬 길다.

많은 사람들이 웃고 떠들며 환호하는 가운데 치러지는 우리 처녀 총각의 결혼식이야말로 벌판의 동물들에게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여유중 하나다.

그런 여유가 인간만이 누리는 문화의 본질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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