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식탁의자 다리마다 양말 같은 헝겊을 씌웠다. 주방 바닥에 흠을 내지 않기 위해서라 했다. 그 후 식탁의자를 움직여도 주방 바닥은 괜찮게 됐지만 대신 의자다리의 헝겊이 벗겨져 내리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내가 그것을 의자다리에 되씌우곤 하는데, 문득 우리 애들 어렸을 때 일이 떠올랐다. 겨울에 우리 애들의 양말이 벗겨지면 내가 기겁해서 다시 신겼던 것이다. 감기 걸릴까 봐서.

묘한 것은, 그 기억이 내 머리보다는 내 두 손의 근육에서 떠오르던 것이다. 양말 따위는 신경 쓸 필요도 없이 훌쩍 커버린 애들이지만 아비한테는 여전히 근육기억으로써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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