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은 단지 환경미화의 재료였다. 나는 나대로 바삐 살고 꽃들은 꽃들대로 그냥 피었다지기를 육십여 년, 오늘 비로소 꽃들이 아름답다는 것을 깨달았다. 님을 위해 꽃다발 하나 마련하는 이들이 비로소 이해되었다. 꽃들이 아름다우니까 그 아름다움을 마련하는 마음씨였다. 낭비하는 짓이라 여겼던 내가 기나긴 세월을 낭비했음을 깨달았다. 문득 꽃들은 꽃집에서도 피어나고 우리 집 화단에서도 피어나고 있었다. 지난 날 화단을 꾸미고자 심었던 꽃나무들이 이 봄에 피어 올리는 무심한 아름다움. 계획과 질서와 욕망으로 살아온 날들의 여백에서 펼쳐지는 색깔들. 나는 아무 말을 못한다. 내 나름대로 살아온 생각들 모두 잃어버리고 꽃들을 들여다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