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새끼는 멸건 놈이었다.

시골 중학교 출신인데 분명 그 학교에선 1,2등을 다툰 수재였을 테다. 하지만 이 도시의 우리 명문고에서는 그저 멸건 놈일 뿐이다. 왜냐면, 이 도시에 있는 여러 중학교들에서 배출된 공부깨나 한다는 애들모두가 우리 명문고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새끼 같은 시골 중학교 출신은 수재는커녕, 잘못되면 바보소리 듣기 딱 좋으니 그만 기죽어서 멸겋게 지낼 수밖에.

그런데 일이 묘하게 되었다.

2학기 들어서 새끼와 내가 창가 분단에 같이 앉게 된 것이다. 담임선생이 자리 배치를 다시 한 결과였다. 그것도 하필, 내 자리 바로 뒤로 새끼가 앉게 되었으니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

창가 분단은 1,2교시 수업 때 칠판 글씨가 푸르딩딩하게 보이는 어려움이 있는데 유리창을 통해 밀려드는 현란한 아침 햇살 탓이다. 쉬는 시간에 뒤돌아 앉아 얘기 나누다보면 그 햇살은 새끼의 빡빡 깎은 머리통부터 시작해서 한쪽 뺨, 한쪽 어깨, 오른손 손등으로 발광페인트처럼 흘렀다.

그런데 하필 새끼의 눈동자 색이 멸건 잿빛이었다.

현란한 햇살 속에서 이상스레 빛나는 잿빛 눈동자는, 골목어귀나 쓰레기장에서 맞닥뜨리곤 하던 허연 눈깔의 잡종 개를 연상케 했다. 얘기를 나누다 말고 물끄러미 들여다보는 나의 괴상스레 변형된 얼굴이 새끼의 그 기분 나쁜 잿빛 눈동자 속에 빠져 있어서…… 나는 , 이 새끼야 네 눈깔 빛깔이 뭐 그러냐?’칵 내뱉고 싶은 충동이 일곤 했다.

그러면서…… 나는 새끼와 친해진 거다.

 

 

< 무심 이병욱의 단편소설 '승냥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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