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모() 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급을 담임할 때다.

2학기말 시험이 끝나며 사실상 졸업식만 남은 12월의 어느 날, 실장 녀석을 찾을 일이 생겼다. 청소시간이라 녀석을 교무실로 호출해도 되지만 왠지 내가 교실로 가 녀석을 만나보고 싶었다.

교실 쪽으로 가다가 마침 복도에 있는 녀석을 보았다. 내가 녀석의 이름을 부르자 기막힌 일이 생겼다. 녀석이!’하고 답하는 순간 그 입에서 담배연기까지 허옇게 나던 것이다. 짐작이 갔다. 마지막 시험도 끝나 들뜬 분위기의 복도 한쪽에 서서 막 담배를 피우는 순간 내가 나타나 이름을 부른 거다.

 

스모킹 건(smoking gun)’이란 표현을 볼 때마다 나는 그 때 일을 떠올린다.

스모킹 건(smoking gun)’을 직역하면 연기 나는 총이란 뜻으로 범죄 또는 특정 행위나 현상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라는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탄환이 발사된 총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을 포착하는 순간, 총을 들고 있는 사람이 살해범으로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그 시절 학생의 교내 흡연은 유기정학이었다. 짧은 순간이지만 나는 이런 판단을 했다. ‘졸업을 코앞에 뒀는데 이제 와서 어떡하랴. 모른 척하자.’

나는,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녀석의 눈길을 피해 다른 데를 보며 뭐라고 용건을 말하고 교무실로 돌아왔다.

어언 50대 나이가 됐을 그 녀석. 지금도 담배를 피울까? 건강에 절대 안 좋다며 수시로 TV에서 금연 광고를 내보내는 시대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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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우 2017-03-01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하이.친구^^
오랫만이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잘 지내리라 믿네^^
나도 친구와 비슷한 경험이 있다네..근데, 이녀석, 스모킹건을 들고 있으면서도 자기 담배가 아니라고 끝까지 우기는 거라. 웬만하면 졸업반이라 봐주려했는데 말이지...그녀석이 평소메 말썽을 많이부려서 골치를 썩이던 차라, ‘맞을래? 학생부로 갈래? 했더니 그 놈은 망서리지 않고 학생부로 가겠다고...ㅎㅎㅎ
그래 원하는 대로 기소?를 했는데, 워낙 전과가 많은 놈이라 가중처벌에 걸려 졸업을 얼마 안남기고 자퇴를 했더만..그 녀석이 순간 잘못 판단한 결과였지만, 마음이 편치않더구만..홍천시내에서 오토바이배달을 하는 일을 하다가 일년 후에 다시 복학했는데, 워낙 유명인사라 복학과정에서 설왕설래했더라지..지금은 졸업해서 뭐하는지 모르지만...언뜻 위 글을 보니 생각이 나서...
가내 무탈하시지? 글은 잘 써지고? 인제 농사철이 돌아오는데, 몸과 마음이 바쁘겠구만.
좋은 작품을 기대하며 이만,,
무심을 사랑하는 친구가~~~

ilovehills 2017-03-02 0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러잖아도 자네 소식이 궁금했네그려. 나는 지금도 자네가 ‘공부는 물론 태권도도 열심히 하던 고등학교 적 모습‘이 눈앞에 아주 선하지.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열심히 사는 자네 . 불원간 한 번 만나 얼굴 보기로 하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