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비린내를 머금은 먹구름이 교내에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독수리에서 걸출한 인재를 영입해 우세를 점하려는 시도를, 쌍룡에서 수수방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걸출한 인재가 자기네 칼침 선배를 망신시키면서 떠오른 인물이었으니 이래저래 독수리와 한 번은 맞붙어 승부를 결정지어야 했다.

겉으로는 평온한 학교였다. 아침마다 학생과() 선생들이 교문 앞에 서서 지각과 복장단정 지도를 하고, 매 시간 수업시작과 종료를 알리는 종이 빠짐없이 울리고, 월요일의 애국조회 또한 거르지 않고 거행되고, 7교시 직전에는 전교생이 참여하는 청소시간이 진행되고, 종례시간 후 각 반 주번들이 학급일지를 담임선생한테 도장 받으러 다니느라 바쁘고……. 하지만 동시에 피비린내를 머금은 검은 구름 또한 학교에 시커멓게 드리우고 있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한결같이 교복바지의 밑단을 교묘하게 넓혀 나팔바지 비슷하게 입고 담배냄새도 풍기는, 살벌한 눈매의 존재들이 걔에게 다가와 포옹도 하고 장난도 치면서 섬뜩한 우의를 다지고 있었다. 전에 없이 쉬는 시간도 편히 쉬지 못하는 생활로 바뀌면서 걔는 고단해졌다. 결국은 담임선생의 독일어 수업시간 중에 코골며 자기에 이르렀다. 담임선생이 판서를 멈추고 물었다.

이게 무슨 소린교?”

나는 손을 뒤로 뻗어, 정신없이 코고는 걔의 어깨를 잡아 흔들었다. 서너 번 흔들자 코고는 소리가 그쳤다. 그러나 수업이 끝나갈 즈음에 다시 코고는 소리를 내었다. 담임선생이 다시 설명을 멈추고 물었다.

무슨 소린교?”

누군가 작은 목소리로 담임선생 어조를 흉내 내어 답했다.

오토바이 소리가 아닌교?”

교실에와하하!’폭소가 터졌다. 담임선생은 얼굴이 붉어진 채 자신이 우스개 가 돼버린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그 때 끝 종이 울렸다. 담임선생은 체념한 표정으로 교실을 나갔다. 하긴 학급 종례도 교실이 멀어서 오지 않는 분이 생활지도에 시간을 낭비할 리 없었다. 애들이 여기저기서 무슨 소린교?’를 흉내 내며 낄낄거릴 때 나는 돌아앉아 걔를 보았다. 걔는 공책 위에 침까지 흘리며 엎드려 자고 있었다.

교내를 서서히 휘감기 시작한 어두운 태풍의 눈이 침까지 흘리며 고단하게 자고 있었다.

 

< 무심 이병욱의 단편소설 '달나라' 중에서 >​

첨부사진 : 영화 친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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