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을 알게 됐다.

그 중 한 젊은이인 J가 묘한 구석이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생각이 너무 많은 젊은이다. 멀쩡히 다니던 대학을 굳이 다녀야 할 의미가 없다며 자퇴했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문제는 J가 대학 자퇴 후에 의미 있게 사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데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좋으나 싫으나 우리 사회는 아직은 학력사회라 고졸 학력으로는 번듯한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탓이다. 그래서 J는 전단지 돌리기 같은, 몸으로 하는 힘든 일을 하며 살 수밖에 없었는데 그 결과 현실에 대한 불만이 쌓여갔던 것 같다.

 

J한테 친한 친구 K가 있다. K는 한 때의 방황을 극복하고 이제는 회사를 다니며 열심히 살고 있는 젊은이다. 둘이 만나 술이라도 한 잔 하다보면 그 때마다 J나는 외국으로 갈 거다!’고 외쳤단다. 현실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표현한 게 아닐까? 그런 외침도 한두 번이지 매번 만날 때마다 그러니 어느 순간 K가 짜증이 났단다.

그래, 외국으로 나가! 말만 하지 말고.”

몇 번 그랬더니 놀랍게도 J가 정말 외국으로 나갔단다.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도 아니다. 비행기로 열 시간 넘게 타고 가야 하는 먼 외국으로 갔단다. 더 놀랄 일이 벌어졌다. J가 이런 전화를 K한테 했다니.

외국에 오기는 왔는데 이제 어떡해야 하니?”

어이가 없어 K가 되물었다.

그럼, 거기 왜 간 거야?”

그냥 온 거야.”

통화가 끝나고 K가 나한테 와 전후사정을 말하고는 좋은 의견을 구했다. 멘토라 할 나도 사실 무심한 데가 많아 지인이 호를 무심이라 붙여줄 정도이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번 J의 경우는 무심을 넘어 한심한 게 아닐까. 나는 K한테 다음과 같은 조언을 했다.

그 녀석한테 말해. 좋은 경험 했다 치고 그냥 귀국하라고. 귀국한 다음에 다시 한 번 제대로 살아보라고 해.”

글쎄, 이번 일이 어떻게 귀결될지 모르겠다.

 

사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순진한 경우가 아닐까?

몇 달 전부터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박근혜 사건을 보자. 두 사람의 국정 농단의 내용들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온다. 대통령 당선 뒤 청와대에 들어간 뒤 웬만하면 사람들을 대면하는 일 없이 관저에서 지내기를 즐겼다는 사실도 그렇고…… 공황장애란 단어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고 공항장애라고 쓰는 최순실이란 여자가 대통령 연설문을 다듬고 심지어는 국정 인사까지 개입했다니!

말이 나오지 않는다.

 

내가 아는 젊은이의 어처구니없음은, 최순실박근혜의 어처구니없는 국정농단에 비해 얼마나 순진한가. 나는 J가 지난해의 목적 없는 외국여행을 좋은 경험 삼아, 새해에는 아주 열심히 잘 살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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