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라는 단어에 대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불고기’는 ‘불에 구워 먹는 고기’라는 뜻이며, ‘날고기’는 ‘날로 먹는 고기’란 뜻이다. 그런 맥락에서 ‘물고기’는 ‘물에 있는 고기’란 뜻이 아닐까?
곧 ‘물〔水〕에 있는 고기〔肉〕’이니까 우리말의 ‘물고기’는 ‘魚’라기보다는 ‘水+肉’으로 보아야 했다. 워낙 고기〔肉〕에 궁핍하게 살아온 이 땅의 조상들이기에 물 속의 ‘魚’들을 보았을 때 ‘물 속으로 다니는 고기〔肉〕들’로 보였을 것 같은 것이다. 제대로 된 생명체들이 아니라 단백질 덩어리로나 간주했을 거라는 짐작이다.
그 증거를 댈 수 있다. 시골에서 사는 어른들이 동네 하천에 사는 물고기(대개 미꾸라지나, 붕어, 퉁가리 따위다.)들을 얘기할 때 이렇게 말한다.
“여름에 족대로 잡으면 매년 몇 근은(혹은 몇 관, 혹은 몇 가마니 등) 나옵니다.”
즉, ‘미꾸라지 몇 백 마리’혹은 ‘미꾸라지 수천 마리’와 같은 갯수로 표현하지 않고 푸줏간의 쇠고기덩이처럼 무게로 표현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물고기’란 말을 줄여서 ‘고기’라고 부를 때가 흔하다. 예를 들어서 ‘냇가로 고기 잡으러 가자’라고 하지, ‘냇가로 물고기 잡으러 가자’라고 하지 않는다.
‘물고기’란 말은 본래 ‘물〔水〕에 있는 고기〔肉〕’의 뜻인데 그것을 ‘fish〔魚〕’의 뜻으로 바꾸어 쓰고 있다는 게 내 주장이다.
본래 이 땅에 ‘魚’란 것은 없었다. 단지 ‘水+肉’이 있었을 뿐이다. 우리 조상들의 고기〔肉〕에 대한 갈증은 대단해서 일단 고기가 되는 것은 ‘-고기’란 말을 접미사처럼 사용하여 많은 합성어들을 생산해낸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개고기’ ‘오리고기’ ‘소고기’등등.
강조의 뜻으로 또 한 번 결론 내린다.
“이 땅의 ‘물고기’는 본래 ‘fish〔魚〕’가 아니라 ‘물에 떠다니는 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