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關)’이란 한자어가 있다.

 사전에서는 이 글자의 뜻을 여럿 제시한다. ㉠관계하다 ㉡닫다 ㉢끄다 ㉣가두다 ㉤감금하다 ㉥주다, 받다 ㉦관문(關門) ㉧세관(稅關) ㉨기관(機關) ㉩빗장 등등. 그런데 아무래도 마지막으로 제시된 ‘㉩빗장’이란 뜻이 모체일 듯싶다. 어떤 사물의 형상을 곧바로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門’의 가운데로 무엇이 끼어 있는 꼴, 즉‘문을 가로지르는 빗장’이다.

 '빗장 관(關)'.

  이렇듯 뜻(훈)을 정리하고 봤을 때‘대관령’이란 글자가 아주 선명하게 이해가 되질 않던가. 영서지방에서, 험준한 태백산맥 너머 영동지방에 가려면 반드시 넘어야 하는 고개 대관령. 그 때의 대관령은 높이 솟은, 빗장 걸린 문에 다름 아니다. 우리 한반도에서 이 정도로 거대한, 빗장이 걸린 문이 어디 또 있을까.

 

  한자는 본래 우리 동이족이 창안했지만 중국의 문자처럼 되었다. 중국 땅에 '관'자가 붙는 지명이 있다. 그들이 천하제일이라고 자랑하는 만리장성. 그 동쪽 끝에 있는 ‘산해관(山海關)’과 서쪽 끝의 ‘가곡관(嘉浴關)’이란 지명이 그것이다. 그들은 그 옛날 나라 밖의 오랑캐들을 막는다면서 만리장성을 쌓되, 동쪽과 서쪽에 각각 하나씩‘빗장 걸린 문’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지금은 물론 외국의 관광객들을 유치하여 외화를 버는 명소로 쓰인다.  

 

‘대관령’이란 명칭의 유래를 정식으로 조사해 보았다.

“대관령이라 처음 부른 것은 16세기경인데, 12세기 고려 시인 김극기는 '대관(大關)'이라 불렀다. 이처럼, 큰 고개를 뜻하는 대(大)자를 붙이고 험한 요새 관문이라는 뜻을 담았다. '크다' 의미를 사용한 것은 고개의 상징성이며, 관(關)이라 함은 중요한 경계적 요새로서 영의 동서를 가르는 출입구를 말한 것이다.(중략) 풍수가들은 대관령을 '자물쇠 형국'이라 하는데 이것은 관문으로서 대관령을 넘나드는 것이 쉽지 않았음을 말한다.”

  위의 내용에서도, 비록 풍수가들이 한 말이긴 하지만 대관령을 자물쇠 형국으로 보았다고 했다. 내가 빗장으로 본 것이나 다를 바 없는 표현이다.

 ​그런데, 영동고속도로가 확장되면서 대관령이 무색하게 되고 말았다. 차량들이 높은 대관령을 넘어가기는커녕 그 밑의 터널로 해서 일사천리로 다니게 된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토목공사 기술은 세계적이라 한다. 그런 대단한 기술로 드높은 대관령 고개를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우리의 대관령도 산해관이나 가곡관처럼 관광 명소로나 남을 운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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