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사람에게만 가능한 게 아니다. 분명 짐승에게도 생각은 있다. 하지만 우리 사람은 알게 모르게 그런 분명한 사실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해서, 한 번쯤은 작품으로 남겨보자는 생각에 곰이 말하다를 썼다.

 

무심이 고등학생일 때 이런 사건도 있었다. 집에서 몇 년을 키운 잡종개인데 무척 영리했다. 이 놈이 얼마나 눈치가 빠른지 자기를 개장수한테 팔아넘기려는 주인(구체적으로는 우리 어머니)의 계획을 알아채고는 그 날로 가출한 것이다. 개장수가 우리 집에 왔을 때 허탕을 칠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는 개를 줄에 매어 기르지 않고 놓아길렀다. 개장수가 말했다.

제가 사흘 후 다시 들르겠습니다. 그 동안에 개가 집에 나타나면 잊지 말고 줄에 매어놓으십시오.”

다음 날 추레한 꼴로 귀가한 개를, 어머니가 줄에 매어놓았다.

이튿날 개장수가 나타나 어머니한테 돈을 주고는 개를 오토바이에 싣고 가 버렸다. 그 때 어머니가 불쌍한 우리 쭈삐(그 개의 이름)!’하며 대문 앞에서 우셨다고 한다. 어머니가 그 개를 판 것은, 살던 집을 내놓고 다른 집으로 이사 가기 때문이었다. 그 때 살던 집은 우리 집이 아니라 독채로 든 전세였는데 기한이 되어 이번에는 변두리의 다른 셋집으로 이사 가야 할 참이었다. 셋방을 전전하는 곤궁한 형편에 개까지 끌고 다니기에는, 여러 모로 버겁고 속상한 마음이지 않았을까. 어머니가 그런 가슴 아픈 결정을 내린 데에는 까닭이 있었다.

주인의 표정이나 기척의 미세한 변화를 포착하고는 그 날로 가출했던 쭈삐. 그 놀라운, 생각하는 유기체라니…….

 

무심은 충격적인 신문기사를 본 적도 있다. ‘곰을 기르는, 중국의 어느 농가에서 벌어진 사건에 관한 기사다. 작가적 상상력이 결코 부질없는 게 아님을 깨닫게 한 그 신문기사도 소개한다.

 

어미곰, 새끼 곰 살해 뒤 스스로 목숨 끊어.”

중국의 한 농가에서 어미 곰이 새끼 곰을 죽이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벌어졌다. 28런민바오등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중국 북서부 외곽의 한 농가는 곰의 쓸개즙을 채취하고자 몇 마리의 곰을 포획해 크러시 케이지로 알려진 좁은 우리에 기르고 있었다.

사고 당일에도 이 농가는 우리에 갇혀있는 새끼 곰에 살아있는 채로 고무호스를 삽입해 쓸개즙을 빼내려했다.

하지만 새끼 곰이 고통 속에 비명을 지르자 어떻게 알았는지 근처에 갇혀 있던 어미 곰이 우리를 부수고 빠져나왔으며 새끼 곰이 있는 쪽으로 달려왔다. 작업원은 공포에 휩싸여 그대로 도망쳐버렸다.

인근에 있던 목격자는 달려온 어미 곰은 새끼 곰의 우리를 부수려했으나 여의치 않자 새끼 곰을 끌어안은 뒤 질식시켜 죽였다고 전했다. 또 새끼 곰이 죽자 자신도 벽에 머리를 부딪쳐 죽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실은 목격자에 의해 지역 매체 등에 전해졌다. 소식이 알려지자 환경운동단체들은 산 채로 곰의 쓸개즙을 빼내는 잔인한 행위를 그만둬야 한다며 당국의 관심을 촉구했다.

(경향신문 201191일자 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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