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가 주는 것 하나 없이 얄미운 사내를 만난 곳은 차 타이어를 파는 가게 사무실이다. 추운 겨울이 시작됐는데 어째 눈이 많이 내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스노우 타이어를 장착하려고 들른 것이다.

 K만 그런 염려를 하는 게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듯 스노우타이어를 장착하려고 온 손님들로 좁은 가게 사무실이 꽉 찼다. 온 순서대로 기다려야 했다. 나중에 깨달았지만 만일 그 때 손님들이 많지 않아 사무실이 붐비지 않았더라면, K는 주는 것 하나 없이 얄미운 사내를 못 만났을 게다. 원래 사람들이 붐비는 답답한 공간을 몹시 싫어하는 K는 자신도 모르게 짜증이 나면서 그 사내가 '설정'됐던 거다.

따라서 그 사내는 죄가 없었다. 하지만 K는 사내가 얄미워 보여서 주먹으로 한 대 줘 박고 싶은 것을 참느라 몹시 힘들었다. 그럴 만도 했다. 사내는 K가 싫어하는 면모를 다 갖추고 있었다. 보통 사람보다 작은 머리에, 불그레한 빛이 도는 색안경에, 간간이 짓는 뜻 모를 미소에 ……그러면서 그 좁은 사무실에서 괜히 달랑거리며 오가고 있었다.

  K는 머리가 큰 편이다. 그래서일까 대체로 머리 큰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갖고 있다. 그리고 색안경을 써도 검거나 푸른빛이 도는 것을 선호한다. 또한 좁은 공간에 있게 되면 점잖게, 움직이지 않고 한 자리를 지키는 성격이다.

그렇기에 그 사내를 K가 아주 싫어할 만했다. K의 마음 같아서는 나중에 어떻게 되든 그 사내의 면상을 주먹으로 한 대 갈기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짓을 했다가는폭행죄로 경찰서에 끌려가면서 대() 망신살이가 시작되지 않을까? 잠시만 참기로 했다. 그런데 대기 손님들이 별나게 많아서 잠시참기가 어려울 듯싶다. 더욱, 주는 것 하나 없이 얄미운 그 사내에 대해 K는 분노가 쌓여갔다.

점점, 자기도 모르게 주먹이 사내한테 날아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아주 힘들었다. 그 때다. 사내가 K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함께, 좁은 사무실에서 30분 넘게 기다리면서 유대감 내지 친근감을 느낀 것일까?

아무리 얄미워도 코앞에서 웃는데 어쩌랴. K는 자기도 모르게 따라서 미소 지었다. 그러고 보니 사내는 착한 사람 같았다. K는 혼자 머쓱해져내 성격이, 확실히 이상한 데가 있구나반성했다. 어쩌면 자신이 다른 사람들한테 주는 것 하나 없이 얄미운 사람으로 보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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