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수업이나 참관수업은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실제로 보여주기를 전제로 한다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교사 질문에 답변할 학생들을 미리 정해놓는 각본 구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국어교사인  나는 그런 관행에 저항감을 느꼈다. 학생들이 평소 수업 때  모습 그대로  하도록  당부하고 국어 연구수업을 한 것이다. 끝나고 평가회 때 학생들의 발표가 틀리기도 하는 등 매우 자연스런 수업이었다는 호평이 뒤따랐다.
  세월이 흘러 나는 그 호평 받은 연구수업을 다시 생각해 본다. 과연 그 수업이 자연스러웠을까?  글쎄, 회의적이다. 당시 학생들이 아무리 평소 수업 때 모습  그대로를  보이려 했어도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을 거란  생각 때문이다. 예로써, 평소 수업 때 수시로 장난 치다가  야단 맞는 학생이 있었는데 당연히 연구수업 때에는 똑바른 자세로 성실히 수업에  임했던 것이다. 외부손님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감히 장난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듯  모든  학생들이 외부손님들의 눈길을 의식한 순간 평소의 실제  모습 그대로는  아니었다.

   타인의 눈길을  의식한 순간 평소의 모습이 아니다. 
   사진기 앞에 서는 순간 절대 평소의 모습이 아니다.
   사람뿐만도 아니다. 동물도 사람의 사진기가 자신을 향했음을 인식한 순간 실제 모습에서 벗어난다. 허연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거나  획 달아나거나 아니면 놀란 모습이라도  보인다.
   주변에 cctv가 사방에 설치되었다. 속성상 몰래 카메라이기에  설치돼 있는지 모를 수도 있다. 그래서 마음 놓고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다고 여길지 모르겠는데,  그렇지 않다. 우리는  '어느 곳에  cctv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만으로도 이미 반쯤은 주눅들어 조심스레 행동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하긴, 숨 거두는  순간까지 남의 눈길을 벗어날 수 없는 게 우리 인생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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