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나는 '호'붙이는 것을 싫어했다.
부모가 붙여준 이름 갖고 살기도 바쁜데 무슨 호까지 덧붙여 산단 말인가 하는 저항감이 있었다. 그런데 몇 년 전 지인이 내게 '무심'이란 호를 붙여주었을 때 마음에 썩 들어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말했다.
"정말 내게 맞는 호일세. 그런데 내가 무심한 것은 사실, 워낙 유심하다 보니 그리된 거지."
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런 게 선문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