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을 읽은 독자들한테서 무심이 한결같이 받는 질문이 있다. “언제 티베트에 가서 조장(천장)을 봤습니까?”

이 자리를 빌려 무심이 답한다. “한 번도 티베트에 가 본 적이 없고 상상으로 썼습니다.”

 

무심이 이 작품을 쓴 계기는 우연히 인터넷으로 티베트의 조장 현장 동영상을 목격한 일이다. 물론 시신이긴 하지만 독수리들의 먹이로 제공되는 그 끔찍한 장면에 무심은 경악했다. 그 동영상을 본 시간이 하필 자정 지나, 주위가 적막한 때였다. 얼마나 괴기스럽고 소름끼치는지 얼른 동영상 보기를 그만 두었는데 문제는 하룻밤을 자고 난 뒤에도 그 끔찍한 장면들이 무심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결국 무심은 그렇다면 조장 동영상의 기억을 잊으려 할 게 아니라 소설의 소재로 삼아 보자고 결심하기에 이른다. 그 결과 보름 만에 완성된 작품이 라싸로 가는 길이다.

200자 원고지로 70매를 조금 넘는 소설을 완성하려면 보통 열흘 정도 걸리는데(체력이 떨어진 요즈음은 더 걸릴 것이다.) 보름이나 걸린 것은 무심이조장을 포함한 티베트 문화 전반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공부하느라 며칠을 고생했기 때문이다. 사람의 시신을 독수리들의 먹이로 주는 것은 티베트 사람들이 비인간적이어서가 아니라 목재 관 하나 짜기 힘든 척박한 자연환경 탓임을 알게 된 것부터 시작해서, 현재 조장은 티베트의 일부 지방에서나 행해지고 있으며 대부분 화장을 택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았다.

무심은 사실 이 작품을 창작했다기보다 제작한 것 같은 것이다. 티베트 땅에 발 한 번 디디지도 않고 그저 티베트 자료들을 토대로 조장 현장을 상상해 작품을 썼기 때문이다. 소설 숨죽이는 갈대밭100% 상상력으로 하룻밤 새에 미친 듯이 써서 완성한 것과 매우 대조적인 경우다. 그래서, 솔직히 라싸로 가는 길을 보름 걸려 완성해 놓은 뒤 무심 자신은 별로 감흥도 없었다. 그저 작품 쓰느라 고생깨나 했으니 이제부터는 생맥주라도 한 잔 마시며 푹 쉬자는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이 활자화된 후에 생각지도 못한 반응들이 있어서 무심은 놀랐다. 티베트에 언제 가 봤느냐는 물음들은 차치하고, ‘이 작품은 아주 잘 쓴 작품이라는 과찬들이 그것이다. 특히 춘천의 여류작가 박계순씨가 이 작품을 숨죽이는 갈대밭작품집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으로 손꼽는 데 무심은 정말 놀랐다.

무심이 이렇게 실토했다.

박 선배. 솔직히 이 작품은 창작이라기보다는 제작한 경우 같아서 작가로서는 그다지 감흥도 없거든요. 그런데 박 선배가 가장 마음에 드는, 잘 쓴 작품이라니 저로서는 어리둥절합니다.”

박 작가가 말했다.

작품에 대한 평가는 읽어본 사람들이 하는 거지, 만들어진 과정과는 상관없지 않나요? ”

그 말에 무심은 뒤늦게 활자화된 자신의라싸로 가는 길을 다시 읽어보았다. 그랬더니 마음에 드는 괜찮게 쓴 작품이었다. 무심하기도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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