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밭은 산골짜기에 있는 돌투성이 밭이다

그래도 컨테이너 농막을 갖다 놓고 농사를 처음 짓기 시작할 때는 적잖이 흥분됐던 것 같다. 비좁은 농막에 냉장고 하나 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농사짓다가 쉴 때 음악 감상을 하는 게 좋을 거라는 생각에 라디오까지 한 대 갖다 놓았으니.

나중에는 폐() 내비게이션으로 kbs티브를 볼 욕심까지 냈다. 부근에서 우리처럼 농사짓는 분이 그렇게 폐 내비게이션을 활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분의 농막이 있는 곳보다 우리 농막이 있는 곳이 지형적으로 전파가 날아들기 힘든지, 폐 내비게이션은 구해서 갖다놓았지만 티브 화면이 잡히지 않았다. 티브 전파를 잡으려면 산에 올라가 안테나라도 설치해야 될 듯싶은데과연 그렇게 해서도 전파가 안 잡힌다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결국은 포기했다.

그렇게 7,8년이 흘렀다.

어럽쇼, 그나마 잘 나오던 라디오도 얼마 전 고장 나버리니 이제는 농막 주위가 적막강산이다. 아니다.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소리, 산새들 지저귀는 소리 등이 찾아온다.

뒤늦게 깨달았다. 농막은 본래 문명의 이기를 갖다 놓는 곳이 아님을. 불편한 대로 그냥 쉬면서 딱따구리와 산새들의 지저귐에 내 귀를 맡기는 곳임을.

라디오니 폐 내비게이션이니 같은 문명의 이기를 갖다 놓고 쉬려면, 그냥 온의동 집에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산골짜기 농막에 와 있는가?’

내 마음이 편해졌다. 세상만사 생각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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