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절다’의 ‘절다’말고 다른 ‘절다’가 있다. 어미활용의 예를 든다면 ‘배추를 소금에 절어라’ 같은 경우다. 이 ‘절다’가 어느 때부턴가 발음이 강해지면서 ‘쩔다’로 쓰인다. 뜻도 달라졌다. 요즘 젊은이들이 대단한 무엇을 보기만 하면 ‘쩐다 쩔어’라고 표현하는 게 그것이다.
노년의 내가 뒤늦게 가수 나얼에 쩔었다. 정확히는 가수 나얼이 부르는 ‘한 번만 더’ 노래에 쩔었다.
잔잔한 드럼의 리듬을 깔고 그가 애절하게 부르는‘한 번만 더’. 원래 이 노래는 안타깝게도 요절한 가수 박성신의 노래다. 박성신은 이 노래 하나로 가요계를 뒤흔들었을 뿐만 아니라 6.70년대 대(大) 가수 박재란 씨의 딸이란 사실까지 알려졌다.
사실 노래는, 원곡을 부른 가수를 뛰어넘기 어렵다. 그런데 나얼이 원곡 가수 못잖게‘한 번만 더’를 잘 부른다.
TV에 나오는 것을 싫어한다는 나얼.
항상 빡빡 깎은 머리를 하는 나얼.
작은 중절모를 즐겨쓰는 나얼.
나는 요즈음 나얼의 ‘한 번만 더’에 빠져 지낸다. 그의 구애됨이 없는 현란한 애드리브, 자유로운 영혼이 부럽다.
노랫말이 이렇다.
『멀어지는 나의 뒷모습을 보면은
떨어지는 눈물 참을 수가 없다고
그냥 돌아서서 외면하는 그대의
초라한 어깨가 슬퍼
이젠 다시 볼 수 없을 거란 인사에
나의 눈에 고인 눈물 방울 흐르고
그대 돌아서서 외면하고 있지만
흐르는 눈물을 알아
이렇게 쉽게 끝나는 건가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모습인가
헤이 한번만 나의 눈을 바라봐
그대의 눈빛 기억이 안나
이렇게 애원하잖아
헤이 조금만 내게 가까이 와봐
그대의 숨결 들리지 않아
마지막 한번만 더
그대의 가슴에 안기고 싶어
(하략)』
https://youtu.be/5WzWRwZPXu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