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속도제한을 지켰다. 그런데도 영월 주천에서 춘천의 집까지, 300리 길을 한 시간 30분밖에 안 걸려 왔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그 이유를 한 번 정리해봤다.

첫째: 속도 내기 어려운 지방도(주천에서 신림까지)가 얼마 안 되고 대부분 중앙고속도로였다.

둘째: 코로나 때문인지 다니는 차들이 눈에 띄게 적었다.

셋째: 날씨가 좋았다. 장거리 운전에는 날씨가 결정적인데 눈이나 비가 전혀 내리지 않아 차를 운행하기 편했다.

 

직접 운전대를 잡은 나야 그렇다 치고, 뒷좌석에 앉아 스마트폰을 하던 아내의 놀라움은 더 컸다. ‘아니 벌써 우리 집이야?!’하며 놀라는 표정이다. 내가 집에 들어와 소파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너무 빨리 집에 와서 실감나지 않지?”

 

집을 이틀간 비웠다 돌아온 거지만 별 일 없었다. 보일러나 냉장고나 모두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었다. 이틀 전과 하나도 달라진 게 없는 집안 풍경. 그러자 이런 생각마저 들었다.

정말 300리 먼 데에서 돌아온 게 맞아?’

그 먼 데에서 순식간에 공간이동을 한 것 같은 비현실감. 결국 나는현실감 있는 일을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그래야 이 견딜 수 없는 비현실감을 이겨낼 것 같았다.

먼 길을 오가느라 온통 더러워진 자가용차를 몰고 동네 주차장에 간 건 그 때문이다. 직접 세차하다 보면 비현실감이 씻어지면서 현실감이 회복될 것 같았다. 그런데 웬걸. 다른 운전자들도 나와 똑같은 경험을 이번 연휴 중에 한 걸까, 세차장에 차들이 줄지어 대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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