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있어 영월에 다녀왔다. 여기 춘천에서 영월까지는 300 리 길. 이제는 도로가 좋아져서 한 번 가는 데 1시간 50분밖에 안 걸렸다. 왕복 네 시간이 채 걸리지 않은 셈이다. 물론 자가용차를 몰았다.
춘천에서 오전 10시에 출발해서 영월에 정오 직전에 도착해서 충분히 일을 보고는 오후 3시경에 다시 영월을 출발… 오후 5시가 되기도 전에 춘천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훤한 낮에 600리 길을 별 일 없이 오가다니 참 놀랍다.
도로가 좋아진 때문이다. 춘천― 제천 간은 고속도로였고 제천― 영월 간은 국도였지만 사실상 준 고속도로라 불러도 좋을 만큼 시원하게 닦인 국도였다.
31년 전인 1989년에도 나는 영월― 춘천 간을 자가용차를 몰고 하루 만에 오간 적이 있었다. 그 때는 고속도로가 없어 국도로만 다녔는데… 구불구불한데다가, 좁은 2차선인 데다가, 번잡한 도심(원주시와 제천시)까지 경유하느라고 정말 운전하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가는 데 3시간밖에 안 걸렸던 것이다.
고백컨대 위험한 과속을 일삼았던 거다. 과속뿐인가 수시로 앞차를 추월하고 급정거하고 그러면서 이뤄낸, 부끄러운 기록이었다. 지금보다 차가 많지 않은 시절인데다가 결정적으로는 운이 좋았다. 하늘이 나를 도왔다.
차 사고로 인생이 잘못되는 경우가 허다한데 그 때 그런 일이 벌어졌더라면 젊은 내 목숨도 그렇지만 아무 죄 없는 처자한테까지 한(恨)과 고생을 남길 뻔했다.
다시 한 번 젊은 시절 과속운전을 일삼던 짓을 가슴 깊이 반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