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맛비에 농장에 가지 못했다. 웬일로 어제는 비가 그치며 해까지 잠시 났다. 나는 집에 가만있을 수 없어 차를 몰고 20리 넘어 있는 농장에 갔다. 역시 농장은 잡초들이 기승을 부려 얼마 안 되는 작물과 아내가 애지중지하며 키운 화초들을 쉬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기록적인 50일 장맛비의 결과였다.

다행히도 예초기가 작동했다. 예초기를 들고 잡초들을 쳐나가다가 순간 강렬한 통증에 작업을 중단했다. 내 왼손의 손등 한 군데에서 발생한 통증.

누가 그랬는지, 잡초더미로 달아나버려서 알 수는 없었지만 아무래도 벌의 소행 같았다. 예초기를 든 손의 높이로 봐, 그런 높이에서 뱀이 깡총 뛰면서 저지르기 만무하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나의 반응이다. 그 통증에 순간 쾌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왜 그랬을까?

하루 지나 생각해 보니 답이 나왔다. 50일이나 계속된 지루한 장맛비와, 그 이상 지루하고 답답한 코로나 사태 속에서 나는 갑갑해 죽을 뻔했다가 그 벌에 쏘였기 때문이다. 강렬한 통증은, 기나긴 갑갑한 생활을 순간 잊게 해주는 쾌감 같았다. 하루 지난 오늘 손등이 부어올라 약을 발랐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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