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가을 어느 날, 나는 삼척 읍내의 한 서점에 들렀다가 소스라쳤다. 무심코, 진열대에 놓인 문학관련 월간지를 펼쳤는데 평론가 김영기 씨가‘그리고 문학회’에 대해 자세히 쓴 글이 있었던 것. 고향 춘천을 떠나 머나먼 삼척에서 객지 생활하는 중에 내 대학시절의 문학회 얘기를 만날 줄이야!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흐를 뻔했다.
‘그리고 문학회’가 창립되기는 1971년 5월. 그 다음 달인 6월에 ‘제 1회 문학의 밤’을 도청 앞 춘천시립문화관에서 열 때 초청 강연자로 그분(당시에 강원일보 논설위원)을 모셨었는데… 그 인연을 잊지 않으셨는지 문학관련 월간지에 ‘그리고 문학회 창립에 따른 대학가 문학 활동’을 꼼꼼히 소개한 것.
오랜 세월이 흐른 며칠 전(2020년 8월 7일) 그분을, 이도행 선배 작가의 주선으로 춘천의 한 카페에서 뵈었다. 그분은 지난 시절 강원도내 문화활동, 특히 문학활동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이끌어가던 직(職)에서 물러나 이제는 평온한 노후를 보내고 계셨다. 그 옛날의 나를 기억하고 계실까 싶었는데 천만에 놀랍게도 우리 부모님까지 다 기억하고 있었다. 이도행 선배가, 반세기만에 만난 그분과 나를 사진 찍어 주었다. 강물 흐르듯 후닥 지나가버린 세월도 사진 찍힌 것 같은 감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