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날씨였다. 낡은 선풍기 한 대가 돌고 있지만 교실을 시원하게 만들어주기보다는 무덥고 끈끈한 공기를 휘젓는 짓에 불과했다. 초보교사인 나는 교단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다가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선생에 대한 예의상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을 뿐 더위에 지쳐서 반쯤 졸고들 있었다.
본보기로 한 학생을 일으켜 세워 한바탕 야단침으로써 수업 분위기를 일신시킬까 했지만… 그래 봤자 그 효과가 몇 분 가지 못할 것 같았다. 워낙 무더운 날씨였으니까. 나도 모르게 신세한탄을 했다.
“나 참, 이렇게 수업해먹기 힘들어서야!”
그러자 1분단의 뒤쪽에 앉아 있는 녀석이 큰 소리로 대꾸했다.
“그래도 선생님은 한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봉급이 나오잖아요?”
순간 교실에는 적막이 흘렀다. 학생들이 졸다 말고 확 잠이 깨서 ‘과연 이 불의의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까’ 두려운 눈빛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교단에 선 지 얼마 안 된 초보교사로서 나는 판단을 잘했다. 짧은 순간이지만 이런 판단을 한 것이다. ‘저 녀석이 날씨가 하도 무더워서 자기도 모르게 한 말일게다. 괜히 문제 삼으면 일만 복잡해진다.’ 그래서 이런 말로 넘겨버렸다.
“허허허… 그러게 말이다.”
긴장했던 학생들 모두 와하하! 웃어버렸다. 그 바람에 녀석은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고 교실은 아연 활기가 살아났다. 나는 수업을 재개할 수 있었다.
어언 환갑 나이가 됐을 녀석. 지금 어떻게 지낼까? 지금도 많은 사람이 있는 회의석상 같은 데에서 불쑥 난감한 소리를 하진 않을까? 예를 들면 마을 회의 중에 이장님이 한창 얘기하는데 불쑥 ‘이장님은 배도 고프지 않소? 밥 먹고 합시다!’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