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도행 선배님’ 연재수필을 5회 정도로 마칠 계획이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13회까지나 써나갔다. 미처 생각도 못한, 내 잠재의식 저변의 무엇을 건드린 탓이다. 이제 이 수필은 이만 멈춰야 한다.
오랜 인연의 결과로 만난 이도행 선배. 전업 작가이나 동기 작가 분들(한수산, 이외수 등)에 비해 빛을 보지 못한 안타까운 상황. 특히 중편소설 ‘무채도’가 빛을 보지 못한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추운 날 밤에는, 시신을 태워서 잔열이 남은 화덕에 들어가 자는 양 중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스토리의 기발성과 독자들에게 던지는 ‘삶과 죽음의 물음’에 나는 반했다. 그래서 ‘연재수필 이도행 선배님’을 계획해 써나갔다.
과연 이런 나의 작은 노력이 이 선배한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나 자신이 무명작가이기 때문에.
노년임에도 지치지 않고 소설 집필에 전념하는 이 선배. 내게 선사한 두 권의 작품집 이후에도 대하장편을 써냈다. 춘천의 오지 삼막골에 들어가 썼다는 ‘산 자(者)의 레퀴엠’.
나는 그 제목만으로도 충격 받았다. 레퀴엠은 진혼곡이란 뜻. 산 자의 영혼을 달래는 곡이라니, 얼마나 모순형용이며 그래서 그 시사(示唆)가 가슴 아픈 것일까. 나중에 이 선배가 내게 털어놓았다.
“삼막골에서, 글도 글이지만 술이나 마시다가 죽을 결심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