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최성각 후배(소설가. 현재는 환경운동에 매진하고 있다.)를 한 번은 만날 거라 생각했다. 다른 데도 아닌 춘천의… 서면 어느 마을에 와 살고 있다니(박기동 시인이 전한 소식이다.) 머지않아 만나게 되겠지 한 것이다. 그러면서 삼사 년이 그냥 흘렀다.
나는 티베트 불교의 김규현 법사를 한 번은 만나고 싶었다. 2016년에 첫 작품집을 낼 때 티베트 천장사를 주인공으로 한 ‘라싸로 가는 길’을 쓰면서부터다. 티베트 관련 서적들을 구해 그 지역의 문화(특히 천장 풍습)를 공부한 뒤 썼지만 아무래도 미진한 마음이었다. ‘룽다’와 ‘타르쵸’는 어떻게 다른지, ‘티베트 불교를 밀교라고도 하는데 왜 그런지’ 등등 김규현 거사를 직접 만나 봬야 해소될 물음들이었다. 하지만 김 거사는 무슨 일인지 저 먼 ‘네팔’에 가 살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나는 2018년에 두 번째 작품집을 내면서 ‘먼동’이라는 티베트 천장사의 행로를 썼다. 티베트에 가보지도 않고 관련서적의 지식에다가 상상력을 보탠 그 ‘먼동’에 지인들이 ‘두 번째 작품집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재미있는 작품이었다!’고 좋아하는 데 나는 놀랐다. 하긴 첫 번째 작품집의 ‘라싸로 가는 길’ 역시 반응이 좋았다. 그 때문에 2년 지나 ‘먼동’을 쓴 것이지만.
이래저래 나는 김규현 거사를 한 번은 만나봐야 했다. 하지만 네팔이란 먼 나라를 그 용건 하나로 찾아가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편하게 결론 내렸다. ‘연이 닿으면 만나겠지.’
나는 마임이스트 유진규씨를 한 번은 만나보고 싶었다. 물론 그를 TV에서 자주 봤고 내가 사는 춘천 어느 동네에 살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알지만… 실제 모습을 본 적은 없었다. 나의 이런 말에 누군가가 질문할 수 있다.
“아니, 춘천에 살면서 유진규씨 마임공연 한 번 못 봤단 말이오?”
“…그렇게 됐습니다.”
2020년 7월 6일 밤이다. 나는 아내와 함께 서면에 있는 나비야 게스트 하우스에 갔다가 그 세 사람을 한꺼번에 만났다. 40여 년 전 강릉 단오제가 열리는 남대천 어느 카페에 마주앉아 대작하던 추억이 여태 생생한 최성각 씨. 티베트 천장사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을 쓰게 되면서 한 번 만나 뵀으면 한 김규현 거사. 마임이스트 유진규 씨. 그리고 다른 좋은 분들.
모두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
숲이 가까이 있어 모기들이 성가시긴 했지만 즐거운 밤이었다. 연(緣)들이 모인 기념비적인 밤.
그 밤의 장면들을 내 아내가 사진으로 담았다.
덧붙임: 내 평생 게스트 하우스라는 데를 가보기는 처음이었다. 게스트 하우스는 우리말로 ‘나그네들이 묵는 집’이 아닐까?
그 날 밤 나그네들이 연을 따라 그 집에서 만났다. 나그네. 우리는 사실 이 세상에 온 나그네다. 세상 뜰 때 아무 것도 갖고 가지 못한다. 하긴 세상에 태어날 때도 아무 것도 지니지 않았던 것을.
공수래공수거.
그런 사실을 잘 알면서도 2020년 7월 6일 나비야 게스트하우스의 밤이 추억으로 깊게 남을 거라 여기는 것은 어찌된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