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해서는 한 번 본 영화를 또 보는 일 없는 내가 ‘살인의 추억’은 세 번이나 보았다. 연쇄살인범을 잡고자 분투하는 시골 경찰서의 강력계 형사 ‘송강호’에 매료된 때문이다. 그는 영화 상영 중에 배우가 아니라 강력계 형사로서 내 눈앞에 있었다. 영화 마지막에 시체가 발견되었던 도랑을 고개 숙여 살피면서 생각에 잠기던 표정. 소설의 결말 방법 중 ‘여운을 주는 결말’이 있는데 바로 그런 결말의 진수를 보여주던 것이다.
송강호 그가 최근의 ‘기생충’ 영화에서는 반 지하 셋방집의 가장으로 나왔다. 빵을 뜯어먹다가 곱등이가 눈에 뜨인 순간 손가락으로 그것을 튕겨버리던 동작과 표정 연기. 무료하게 사는 궁핍한 가장 모습으로서 100% 성공한 순간이었다.
여기서 나는 궁금한 게 있다. 그 하찮은 곱등이를 어떻게 출연(?)시켰을까 하는 점이다. 아무리 봐도 CG 같지는 않았다. 영화 속 디테일로 명성이 높은 봉준호 감독의 솜씨라고 이해하면 될까? 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