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옻나무가 어느 새 어른 키의 두 배 높이로 자랐다. 그뿐만이 아니다. 옴 트듯 난, 꼭대기의 작은 순이 이제는 크고 긴 잎들이 되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는 어이가 없다. ‘아내가 어떻게 이놈을 못 봤을까?’

 

재작년, 아내가 옷을 단단히 입고서 낫으로 개옻나무들을 베어버렸다. 눈에 보이는 족족 다 베어버렸다. 농막 가까운 곳에 자리 잡는 그놈들을 그냥 내버려둘 수 없다고 하루 날을 잡았던 것이다. 그런데 저놈이 용케도 살아남아 저렇듯 커 버렸으니. 낙락장송처럼 큰 잣나무와 참나무 사이에서 멀쩡히 자란 개옻나무 놈. 어이없어 바라만 보는 내게 놈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어쩔 거야? 나도 살아야지! 잣나무 참나무만 살란 법이 있는감.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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