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Once Upon A Time In America’에서 로버트 드니로가 보여주던 잔혹한 표정을 나는 잊지 못한다. 어깨를 으쓱하며 짓던 미소, 일하다 말고 생각에 잠기던 눈빛, 하다못해 어기적거리며 걷던 것까지 그는 암흑가에서 평생을 보낸 사람의 표정 연기에서 단 한순간도 이탈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 우연히 인턴이란 영화를 보고서 180도 바뀐 그의 표정에 나는 소스라쳤다. ‘전화번호부 만드는 회사가 사양길에 들어서면서 불가피하게 퇴직한 70세 노인이, 한창 잘 나가는 인터넷 소핑몰 회사에 인턴(젊고 예쁜 여 사장의 임시 비서직)으로 채용돼 보이는 선한 표정때문이었다. 두 시간 가까운 상영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선한 표정에서 이탈하지 않았다. 아니다. 이탈하지 못했다.

영화 속에서 그는 평생을 선하게 살아온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총성 한 번 울리지 않고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니로버트 드니로 그는 진정 명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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